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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의 '망신주기' 피한 이 대통령, 시종일관 화기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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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담 직전 “한국서 숙청” 폭탄 발언
    백악관 현관 앞선 직접 반갑게 마중
    생중계 공개 대화도 시종 화기애애


    한국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미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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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이 당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벌오피스(미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매복 공격(ambush)’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회담 직전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25일 오전 9시 20분(미국 동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고 썼다. “우리는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고 거기(한국)서 사업할 수 없다”고도 했다. 낮 12시 15분 예정된 회담을 3시간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행정명령 서명 행사가 열린 집무실에서도 게시물 의미 관련 취재진 질문에 최근 며칠간 한국에서 새 정부에 의한 교회와 미군기지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들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됐을 일”이라면서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 뒤 백악관을 방문한 일부 정상을 상대로 외교적 결례가 분명한 공개 망신을 준 적이 있는 터라 이 대통령도 결국 이를 피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국내에서 급속히 커졌다.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에서 “당신에게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길) 카드가 없다”고 몰아붙인 뒤 준비된 오찬도 함께하지 않고 손님을 사실상 쫓아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에게도 남아공의 ‘백인 농부 집단 살해’ 의혹의 근거라며 일방적으로 동영상을 틀어 손님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날 이 대통령에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낮 12시 32분 이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도착하자 백악관 북측 현관에 직접 나와 반갑게 마중했다. 이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자 트럼프 대통령이 오른손으로 악수하며 왼손을 이 대통령 왼쪽 팔에 갖다 대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오벌오피스에서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생중계 공개 대화 때도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회담 시작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소재로 “김정은과도 만나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 나도 (가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 달라”(이 대통령)는 덕담과 “이 대통령 대북 정책이 과거 한국 지도자들보다 낫다”(트럼프 대통령)는 칭찬을 주고받더니 “중국에 같은 비행기로 가자”는 트럼프 대통령 농담에 이 대통령이 “같이 가고 싶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날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은 오후 3시쯤 종료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낮 12시 40분쯤 시작한 정상회담과 후속 업무 오찬은 약 2시간 20분간 이어졌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 조선업 협력, 동맹의 현대화 등을 의제로 대화를 나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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