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속 친밀감 형성하며 신뢰 굳혀
소셜미디어 의혹 제기 후 스스로 “오해”
서명할 때 이 대통령 자리 의자 직접 빼줘
李대통령 쓴 펜에 관심 보이며 “가져갈거냐”
트럼프, 한국펜 선물 받자 “영광…소중히 간직”
이 대통령에 “중국 갈 때 비행기 함께 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회담하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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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악명 높은 ‘매복 공격’이 일어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이후 백악관을 찾아오는 일부 정상들을 상대로 통상적인 외교 관례에서 벗어나 ‘공개 망신’을 주는 비(非)외교적 행태를 보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 대통령을 상대로 1시간을 훌쩍 넘긴 생중계 양자 회담에서 꽤 자주 웃고 농담을 섞어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 대통령을 난처하게 하거나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이날 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측의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갑자기 한국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시물에서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며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고 썼다.
이와 관련, 그는 한국 정부가 미군기지를 압수수색했다는 정보를 보고받았다고 말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 중 자신의 오해라며 의혹을 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몇 시간 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 서명식 중 취재진으로부터 한국에 대한 소셜미디어 게시물 언급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자 “최근 며칠 동안 한국에서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들었다”면서 “그들은 심지어 미군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 그러면 안됐을 것인데, 나는 안 좋은 일들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확인해 보겠다. 알다시피 한국 대통령이 몇 시간 후에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지난달 순직해병 특검팀이 여의도순복음교회, 김건희 특검팀은 경기도 가평과 서울 통일교 본부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내란 특검팀은 지난달 한미 공군이 함께 운영하는 오산 공군기지 내 레이더 시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회담 중 이재명 대통령이 오산 공군기지의 미군 시설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한국 공군 시설이 수사 대상이었다고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가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으로부터 시달린 기억 때문에 특검에 대해 질색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특검의 수사에 대해 설명을 이어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특검)의 이름이 ‘미친 잭 스미스’ 아니냐”며 “그는 미치고 병든 사람이다. 그냥 농담”이라고 했다.
잭 스미스 특검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3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를 주도했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웃음섞인 대응은 앞서 다른 정상들을 공격하며 외교적 결례를 저지른 것과 대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외국 정상에게는 공개적으로 윽박지르고, 압박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그는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미국이 없으면 당신에게는 아무 카드도 없다”며 몰아붙였고, JD 밴스 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담에 정장을 입고 오지 않은 것을 문제삼으며 공개적으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결국 다음 일정으로 예정된 오찬도 함께하지 않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사실상 쫓아내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지난 5월에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향해 ‘백인 농부 집단살해’ 의혹을 제기하며, 이러한 의혹의 근거가 된 영상을 그 자리에서 상대측 동의 없이 틀기도 했다.
또 백인 희생자 관련 기사를 출력한 종이 뭉치를 보여주며 이를 건네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에서 이러한 즉흥적 돌발 언사는 없었다.
애초 백악관 현관에서 이 대통령을 맞이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상당히 친화적이었다.
두 정상은 회담 시작부터 상대에 대한 칭찬과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 대통령이 백악관 방명록에 서명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재명 대통령이 앉을 자리의 의자를 빼주는 친절까지 더했다.
서명 후에는 이 대통령이 서명할 때 쓴 펜에 관심을 보이며 “이 펜을 다시 가져갈 거냐?”고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가져도 된다”며 선물로 펜을 주자, “기쁜 표정으로 활짝 웃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사인할 때 유용할 것”이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사용하진 않겠지만, 선물로 받아 영광이다.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이 대통령이) 가시기 전에 제가 대통령과 대표단께 선물을 드리겠다”고 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을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한국 지도자들의 대북 정책이 적절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과거 한국의 지도자들의 대북 정책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이 대통령의 정책이 더 낫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으로부터 향후 중국 방문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질문받자 이 대통령을 쳐다보면서 “아마도 우리는 같이 갈 수 있다. 같이 가고 싶나. 비행기를 같이 타면 된다”며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오존층도 조금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득 생각난 듯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존층 (보호)에 대해 말하더니, (보잉) 747기를 타고 하와이로 골프하러 간 것이 기억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팔을 툭 치면서 “농담이지만 원한다면 같이 갈 수 있다”고 재차 묻자,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화답했고, 이런 모습에 좌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가고 싶다면 특별 허가를 받겠다. 당신은 분명히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다른 외국 정상들이 부러워할 만한 회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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