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접투자 5% 수준 최소화 기대…미, '결정 주도·이익 90%' 희망
트럼프 "무역합의 원래대로" 거들기 나서…비구속 MOU로
한미 정상회담 |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한미 양국 정상이 25일 정상회담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사실상 큰 틀에서 승인하고 각론으로 넘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한미 통상 안정화의 기반을 우선 닦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지만 한국이 '마스가'(MASGA)를 포함해 제안한 총 3천500억달러(약 487조원)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체적 운영 방안을 놓고 양국 간 구상에 차이가 있어 '디테일'을 채우는 과정에서 밀고 당기기가 예상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진행한 정상회담 결과 설명 브리핑에서 "관세 협상 타결시 양국은 3천500억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 조성에 합의했고 이후 10차례 넘게 장관급 협의를 지속했다"며 "양국은 조선 (분야) 최대 1천500억달러를 포함해 에너지, 핵심 광물,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인공지능(AI), 퀀텀컴퓨팅 등에 패키지를 활용하기로 했고, (법적) 구속력 없는 MOU(양해각서)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 정부는 미국에 1천500억달러 조선업 전용 투자 패키지와 여러 전략 산업 투자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2천억달러 범용 투자 패키지까지 묶은 총 3천500억달러의 투자 패키지를 제시,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 인하 약속을 끌어냈다.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양국이 투자 패키지 운영 방안을 두고 여러 차례 협의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구체적 운영 방향을 놓고는 양측 간 견해차가 남아 있는 상태다.
김 실장은 브리핑에서 "실무적으로 MOU 문구를 협의하고 있는데 당연히 우리는 필요한 요구를 한다"며 "미국 쪽에서는 미국이 구상하는 대로 마무리를 희망할 것이고, 우리는 국익 차원에서 MOU가 실제 작동 가능한 방식으로 여러 사항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당국 간 논의 과정에서는 패키지 구성 방식, 투자 의사 결정, 이익 귀속 등 문제를 놓고 견해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제안한 투자 패키지는 조선, 반도체 등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키우려는 프로젝트를 투자(equity), 대출(loans), 보증(credit guarantees)을 통해 지원해주는 개념이다.
흔히 '투자 펀드'로 불리기도 하지만 엄밀히는 직접 투자를 일부 포함한 '투자 패키지'로 부르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3천500억달러는 한국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20%의 규모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이에 정부는 직접 투자액은 5% 정도로 한정하고 대부분을 투자 프로젝트를 간접 지원하는 보증으로 채워 실질적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반면 미국은 한국이 직접 부담이 큰 지분 투자 및 대출 비중을 높이길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미국은 투자 대상 선정에서 자국이 전적 주도권을 갖고자 한다. 이는 개별 프로젝트의 투자 건전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한편, 투자 대상에 한국 기업도 상당 부분 들어가게 설계하고자 하는 우리 측 입장과는 거리가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투자 펀드' 논의를 주도하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관세 협상 타결 직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투자 이익의 90%를 미국이 '보유'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우리 정부는 '이익이 90%를 미국에 재투자한다' 정도의 의미가 아니겠느냐는 입장이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해석이 나온 바는 없다.
한국, 일본의 대미 투자펀드 구상을 주도한 러트닉 상무장관(왼쪽) |
'한국 측이 무역 합의 내용을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25일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 자국 협상단에 힙을 실어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심각한 재정난 해결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이 대규모 투입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을 통해 반도체, 이차전지 등 전략 산업을 육성하려던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자국과 무역에서 큰 이익을 누린 한·일에 비용을 전가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마련했다.
따라서 미국이 한·일에 요구한 투자 패키지는 자국 제조업 부흥이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됐다는 점에서 미국이 향후 세부 논의 과정에서도 집요하게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논의를 끌고 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향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기관의 전문가들까지 참여시켜 미국 측과의 실무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향후 우리 기업 역시 상당한 투자 지원 혜택의 대상이 되는 쪽으로 논의를 가져갈 여지가 있다고 기대한다.
한국 기업들이 3천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패키지와 별개로 1천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대미 투자를 단행할 때도 투자·대출·보증 패키지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범 실장은 "미국 쪽에서 경제안보 핵심 제조업의 미국 내 구축 우선순위 따라서 (지원 대상) 사업이 선정될 것 같다"며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어 우리 기업의 직접투자와 3천500억달러 펀드 두 개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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