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대화 필요 공감… “현명한 화두 선택”
“中에 관대한 트럼프, 전략적 유연성 패스”
“정상 간 유대, 양국 난제 해결 동력 될 것”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방명록 작성에 사용한 만년필을 선물하고 있다. 대통령실 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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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8·25 정상회담 결과를 호평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뜻하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 두 정상이 공감할 수 있는 화제를 제공하거나, 불편한 의제가 배제되도록 도와줬다는 것이다.
대통령 간 케미, 협상 돌파구 될까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적어도 실패작은 아니었다는 게 미국 내 한미 관계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었다. 시드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은 본보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이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분명히 드러냈고, 이는 앞으로 안보 부담 분담, 무역, 전략적 유연성(주한미군 역할 확대), 동맹 현대화(한국의 중국 견제 동참) 등 두 나라 간 난제 해결을 위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로이 스탠거론 카네기멜런전략기술연구소 비상근 연구원도 본보에 “향후 양국 관계를 위한 좋은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이 대통령이 거둔 최대 수확으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유대감을 꼽았다. 옐런 김 한미경제연구소(KEI) 학술부장은 본보에 “두 정상이 공개 석상에서 보여 준 좋은 케미스트리(화합)는 사람들의 우려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행사에서 취재진에 “그(이 대통령)는 매우 좋은 남자(guy)이며 매우 좋은 한국 대표”라고 추켜세웠다.
이 대통령의 학습과 준비가 결실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스탠거론 연구원은 “백악관을 먼저 다녀간 다른 나라 지도자들로부터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는 최선의 방법을 잘 배운 듯하다”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언론에 보낸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회담을 잘 준비해 온 것 같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트럼프를 칭찬하면서 강력하고 역동적인 동맹 관계를 효과적으로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당일 오전 ‘숙청’이라는 노골적 표현까지 동원하며 한국 새 정부의 정적 탄압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에서 불과 3시간여 만에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우리는 당신과 100% 함께한다’고 말한 것은 놀랄 만한 극적 변화였다.
트럼프·펜타곤 우선순위 다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 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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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도 잘 골랐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평화 중재자)’라 부르며 김 위원장과 만나 달라고 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이 한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낫다는 찬사로 화답했다. 스탠거론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는 것은 이 대통령이 양국 대북 정책을 잘 일치시켰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 대통령이 들머리에 꺼낸 북한이라는 얘깃거리가 회담의 전반적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끌고 갔다.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운이 따르기도 했다.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강화는 양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핵심 의제로 예상됐다. 그러나 회담에서는 거론되지 않다시피 했다. 제임스 박 퀸시연구소 동아시아 프로그램 연구원은 본보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간과하는 게 트럼프와 펜타곤(미국 국방부)의 중국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중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개최를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목적으로 한미 동맹을 재설계하려 하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강화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일러 고문도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주의가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양국 간 합의의 시급성을 약화시키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예상대로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는 이 대통령에게 회심의 카드였다. 스탠거론 연구원은 “한국으로부터 선박을 구매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미국이 이행한다면 이 대통령에게 중요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긴장 요소는 여전히 적지 않다. 커틀러 부회장은 “무역 분야에선 한국의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두고 양측 해석이 엇갈리고 있고, 안보 분야에서는 국방비를 대폭 늘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짚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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