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비서실장이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본인이 받은 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 앞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인이 있는 마가 모자, 오찬 메뉴판, 비서실장 명패 등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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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세 시간 앞둔 25일(현지시간) 오전 9시20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숙청과 혁명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사업 못 한다”는 글을 올리자 대통령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시 상황을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비상사태였다”고 회고했다.

강 비서실장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설명하며 막전막후 뒷얘기를 전했다. 그는 특히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SNS 돌발 메시지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강 비서실장은 "회담 당일 오전 10시30분 백악관 비서실장실에서 약 40분간 와일스 실장고 면담을 진행했다"며 "직전인 오전 9시20분께 트루스소셜에 해당 메시지가 게시됐고, 초반 대화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실 미국 정계에서도 만나기 힘든 와일스 비서실장을 회담 직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례적이었다. 더구나 돌발 메시지가 막 터진 직후였다는 점에서 이번 면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파장을 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만남이 가능했던 것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들여 구축한 ‘핫라인’ 덕분이었다. 이 핫라인을 지시한 것도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강 비서실장은 “첫 번째 통상협상을 하고 실제로 느낀 것은 미국 내 정책 결정권자와 다양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며 “비서실장이 판단하고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지 않다. 발제는 제 몫이었지만, 대통령께서 판단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 유수한 기업 중 미국 내 네트워크와 영향력이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나 도와달라고 했다”며 “생각보다 백악관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른 방식으로라도 접촉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이런 상황을 대통령께 보고드리자 ‘추진해보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외교·안보라인 실무자들이 나서줬다”고 했다.

이렇게 구축된 핫라인은 그 역할으 톡톡히 해냈다. 강 비서실장은 “그날 9시20분에 글이 올라왔고 면담은 10시30분이었다. 대통령 면담은 그로부터 2시간30분 뒤였다”며 “비서실장을 처음 만나 인사를 간단히 하고 트루스소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협상 과정에서 뭐가 답답하고 어려운지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며 “나오면서는 다시 한번 더 오해를 대통령에게 보고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알겠다’ 정도였지만 마지막엔 ‘보고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40분 내내 웃지 않던 와일스가 마지막에 짧게 ‘고맙다’고 하며 웃었다. 본인도 역할을 했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아찔한 상황은 회담이 시작되자 전혀 다른 풍경으로 바뀌었다. 강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미국의 따뜻한 아저씨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 한국 참모진에게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새겨진 모자와 메뉴판 등에 일일이 사인을 해 건넸다”며 “그 모습에서 따뜻함과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 “에피소드로 볼 수도 있는데, 메뉴판과 이름표에 하나하나 사인을 해 건네주는 모습에서 상당히 정성을 기울인 인상을 받았다”면서 “물론 통상적으로 하는 일일 수 있겠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애정과 공을 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았다”고 전했다.

강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40~50건 정도 서명을 일일이 했다”며 “저도 의원 외교를 해보고 최근에는 베트남 정상도 만나봤지만, 대통령이 그렇게 앉아 수십 건의 사인을 하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나름의 정성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재차 설명했다.

[이투데이/문선영 기자 (mo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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