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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김정은식 다자 외교' 노림수... ①북중러 연대 ②핵보유국 동의 ③북미 협상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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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中 열병식 참석 배경은
    '한미일' 부상에 '북중러'로 견제
    제재 대상에서 핵보유국으로
    "준비됐다"...트럼프 향한 신호


    한국일보

    2018년 5월 중국 다롄을 방문한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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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달 3일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다. 집권 14년간 한 번도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지 않았던 김 위원장의 데뷔 무대가 열리는 것이다. 북한 지도자가 다자외교 무대에 오르는 것은 김일성 주석의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비동맹회의 참석 이후 60년 만이다.

    그만큼 이례적 결심을 한 것인 만큼 김 위원장의 노림수가 여럿이란 방증이다. ①한미일 협력의 대항마 격인 북중러 연대 강화 ②핵보유국 지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암묵적 인정 ③미국과의 재협상을 대비한 우군 확보 필요성 등이 꼽힌다.

    "한미일 협력에 맞불"


    28일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전승절 80주년 행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이란 등 26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참가국 명단을 발표한 훙레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을 푸틴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언급했다. 서방 패권에 맞서는 '글로벌 사우스' 진영에 김 위원장이 앞 순위에 배치된 것은 주최국 중국이 '북중러 정상 집결'이란 이벤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미국 순방(23~28일) 직후 이뤄지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한미일 3각 안보·경제 협력 수준을 한층 격상시켰다. 한미일 공조가 심화하면서 그 대척점에 선 북중러 3각 연대를 통해 견제해야 한다는 북중러 정상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흐름을 향한 맞불"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다자외교 행보에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러시아 파병으로 북러 간 동맹 수준의 관계를 구축했고, 이를 외교 자산으로 삼아 그간 소원했던 북중관계 회복까지 주도하는 그림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한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러 밀착을 계기로 김정은의 외교 공간이 커졌다"며 "내년 9차 당대회에 사회주의 우방국들을 평양에 불러들이기 위한 사전작업일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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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후 해외방문 현황. 그래픽=박종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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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공장을 둘러보며 전략미사일 전력을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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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보유국 암묵적 지위 겨냥


    과거 김일성 주석은 소련·중국을 포함한 제3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활발한 외교를 전개했다. 이와 달리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은둔형 지도자였고, 김 위원장도 다자 외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김 위원장의 경우 집권 후 북한 핵능력이 고도화하며 미국을 포함해 국제 사회로부터 전면적 제재·압박을 받아온 터라 자연스럽게 고립된 측면이 컸다.

    북한은 현재 서방 중심 국제 사회에서 불법적으로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제재 대상국이다. 하지만 대북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 김 위원장을 다자외교 무대에 초청한 사실 자체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묵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국을 추종하는 20여 개국도 북한을 제재 대상국이 아닌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무대가 연출될 수밖에 없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이 자국 대형 행사에 북한을 초청해 주요국으로 세웠다는 건 북핵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있는 것"이라며 "나머지 국가들도 은연중에 이러한 동의를 따르게 되는 그림"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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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시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상회담 직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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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협상의 전조 가능성


    김 위원장의 방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좌를 위한 준비 일환으로도 보인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이번이 5번째다. 앞서 이뤄진 4차례 중 3차례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 나머지 1차례도 이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두고 열렸다.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전통적 후견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우군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세 번째 북미 정상회담의 외교적 공간이 열린 시점에 이뤄진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김정은의 방중은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신호인 동시에 북한은 국제 사회가 인정한 핵보유국이니 '비핵화 협상은 할 수 없다'는 메시지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피스 메이커가 돼 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고 호응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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