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큰 韓교회, 코너 몰리자 트럼프에 SOS"
"친분 넓은 극우 네트워크… 韓정부 대응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방명록 작성 때 사용한 만년필을 선물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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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가 교회를 습격했다"는 뜬금없는 주장을 내놓은 것은 "한국과 미국의 '기독교 극우 연대'가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 교계에서 나왔다. 얼마 안 지나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였다"고 정정하긴 했으나, 종교·정치 영역을 관통하는 극단주의가 한미 양국에서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음을 보여 준 사례인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진단이었다.
"한미 보수 기독교 '핫라인' 정말 존재"
배덕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은 28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언급을 보고 "한국과 미국의 보수 기독교 핫라인이 정말 존재하고 높은 곳까지 그 선이 연결돼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극우주의자들에게 자신의 힘을 국제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게 해 주는 사인 같은 거라 꽤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직 목사이자 교수(미국 교회사 전공)인 배 원장은 최근 '전광훈 현상의 기원'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김장환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가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설교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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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한미 극우 연대'에 의한 게 아니냐는 진행자 질문에도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배 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한국 기독교 자체를 종교적으로 탄압한 것이 아니라 채상병 특검팀 조사에서 대형교회 인사들이 연관돼 있는 것처럼 드러났고,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했던 일들인데 한국 교회들이 이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트럼프에게 SOS를 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채상병 특검팀은 지난달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배우자가 남편의 구명을 청탁한 단서를 포착해 이영훈 여의도 순복음교회 담임목사,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목사)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폴라 화이트 목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선거 참모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와 인연이 깊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가 14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평양심장병원 건설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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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김장환 목사, 트럼프에도 손 닿아"
배 원장은 "개인적으로 이영훈 목사님이 극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김장환 목사님은 극우적 성향이 분명히 강하게 있다"고 말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교계에서 상당한 인맥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코너에 몰렸을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까지 손이 닿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게 두 사람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 배 원장은 "전광훈 등 극우적 기독교인들이 존재하게끔 (서로를) 연결시켜 주는, 극우와 상당히 연관관계가 있고 친분 관계가 훨씬 큰 네트워크가 한국 교회 뒤에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 내 극우 혹은 부정선거 주장 세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배 원장은 "사실 오랫동안 한국 기독교인들이나 정치가들이 별로 관심을 안 썼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대형 교회 압수수색을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고, 트럼프 대통령 반응까지 이어지는 걸 보면 한국 교회뿐 아니라 정치에도 영향을 꽤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끊임없이 가짜뉴스나 잘못된 정보의 압력이 들어올 가능성을 차단하려면 정부적 차원에서도 적절한 대응을 계속해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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