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정책토론회 |
가상자산 산업 변화가 거센 가운데, K-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대한민국 디지털자산 미래 정책 세미나'에서 하준 전 NH농협 이사회 의장과 김용진 서강대 교수, 이영하 전 감사원 특조국장, 고진석 텐스테이스 대표, 스티븐 영 김 바이낸스 이사, 장민 포스텍 교수 등이 참석해 한국형 디지털자산 제도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산·학·연·정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K-스테이블코인 성공 열쇠는 투자자 보호와 글로벌 연계"라는 큰 의제를 논의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물론 투자자 보호와 글로벌 연계 전략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내용 자체는 외형적으로는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다수의 개인 투자자는 원화 기반 거래소에서 주로 거래하며, 불공정 행위 방지나 투자자 보호는 행정의 현안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의견은 이러한 간담회가 결국 거래소 중심의 소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거래소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특히 K-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과정에서는 더 넓은 시야와 산업의 연결고리가 필수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소의 신상품이 아니라, 결제·투자·회계·국제 송금 등 금융 인프라 전반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은행의 지급결제망, 증권사의 투자상품, 기업의 재무제표, 국제 규제 및 표준 등, 모든 영역이 다층적으로 얽혀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피델리티 등)는 이미 2019년부터 비트코인 커스터디 서비스를 시작했고, 커스터디는 기관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자산을 맡길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성장 중이다.
커스터디는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 및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전통적으로 금융사가 제공해왔던 업무인데, 주로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다루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직접 자산을 관리할 필요가 없고, 외부 도난과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디지털자산 산업이 발달하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커스터디 서비스의 영역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관련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세계 5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9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비트코인 커스터디 서비스를 시작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의 산하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인 백트 또한 기관투자자 대상 커스터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이처럼 기관투자자와 법인이 안심하고 자산을 맡길 수 있는 보관 및 관리 인프라는 제도 정착의 핵심이다. 미국은 GENIUS Act를 통해 발행자, 수탁자, 감독 당국의 삼각 구조를 마련했고, 유럽연합은 MiCA를 통해 커스터디를 은행 수준으로 강화했다.
국내에서도 업비트가 4년 반 만에 커스터디 사업에 재진출해 법인시장 선점에 나서는 등, 기관 전문 시장에서 자산의 보관·관리는 제도 안정성과 직결된다.
◇ 커스터디, 글로벌 표준과 규제
미국은 2025년 GENIUS Act를, 유럽연합은 MiCA 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수탁자, 감독 당국의 삼각 구조를 제도화하며, 은행급 커스터디 수준을 법제에 반영한다. 미국 GENIUS Act는 1:1 현금, 미 재무부 단기 국채 준비금, 월간 보고 및 연간 감사를 의무화했고, 비인가 발행은 3년 후 미국 내 유통을 금지하도록 명시했다.
유럽의 MiCA 또한 발행량 및 이용자 기준 직접 감독, 준비자산·공시의무 등을 엄격히 규정했다.
국내 업계 역시 커스터디 인프라 확장을 시도하며, 시장 안정성과 자산 보호를 위한 기술·제도적 조건을 정비하고 있다.
K-스테이블코인의 신뢰를 높이려면 은행, 증권사, 보험, 카드, 핀테크, 클라우드, 보안 등 모든 디지털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은행은 지급결제를, 증권사는 증권형 토큰 및 투자상품을, 핀테크와 클라우드는 서비스, 운영 혁신을 담당한다.
이들의 참여 없는 제도 설계는 현장과 괴리돼 시장 신뢰를 얻기 어렵다. 현실에서는 금융회사, 법인투자자, IT·보안·클라우드 업계가 모두 커스터디 규제와 기술 표준에 깊이 관여한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초월해 거래된다. 이미 미국, 유럽, 중국은 달러, 유로, 디지털 위안 기반 자산을 내세워 시장 주도권을 경쟁 중이다. 한국이 원화 기반 K-스테이블코인을 국제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선, 글로벌 표준, 국제 금융기관·외교·통상 부처, 회계·법률·인프라 협력 등을 통합적으로 시스템화해야 한다.
국회에서도 다양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준비자산 보유, 발행, 유통 인가, 자금세탁방지(KYC/AML), 공시, 감사 등 다양한 안전장치와 아이디어가 이미 제시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이들 법안에서 시범 도입할 수 있는 항목을 뽑아 초기 실증을 추진해야 하며, 산업 전체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제도화로 연결해야 한다.
K-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집단이나 거래소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국민 자산의 안정과 글로벌 디지털 경제 속 한국 금융의 전략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정책적 해답이 돼야 한다.
정책 설계 과정에서 협의체 대화에만 의존하지 말고, 커스터디, 전통 금융, 핀테크, 글로벌 파트너, 회계, 법률, 디지털 인프라 등 산업 전반의 목소리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이 균형이 시장 신뢰·규제의 효율, 혁신의 속도를 모두 잡는다.
거래소 중심 간담회는 시작일 뿐, 제도의 완성은 전 산업과 국회 협력, 국제표준 준수, 시장의 목소리 반영을 통해 이뤄진다. 디지털 화폐 전환기에 한국이 기회를 선점하려면, K-스테이블코인을 글로벌 혁신 생태계로 키우는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
전태수 웹 3.0·블록체인 전문가
▲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한국인터넷미디어윤리위원회 이사장. ▲ 세계스타트업포럼 대표.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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