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NORC 공동 여론조사…
56%는 미국 경제 상황 비관 '회의적'
미국행을 포기한 베네수엘라 이민자 가족이 2월 23일(현지 시간) 카리브해 연안 파나마 푸에르토 카르티에서 잠자고 있다. 이들은 다음 날 콜롬비아로 향하는 배를 탈 예정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 강화로 미국행을 시도했던 이민자들 사이에서 본국으로 돌아가는 ‘역류'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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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은 과거의 얘기일까. 미국이 경제적으로 비관적인 나라가 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ORC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률이 25%에 그쳐 설문을 시작한 1987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나머지 75%는 다음 세대의 삶이 자신들보다 나아질 것이란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7월10~23일 시카고대학교 NORC에서 미국 내 성인 152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오차 범위는 ±3.4%포인트다.
다른 질문에서 69%의 응답자는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이 "지금은 사실이 아니다" 또는 "사실이었던 적이 없다"고 답했는데, 이 비율은 15년 만의 최고치다. 공화당 지지자는 민주당 지지보다 덜 회의적으로 나타났지만, 공화당 지지자조차도 자신들과 그들의 자녀에 대한 경제 상황 전망에 대해 55%가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닐 마호니 스탠포드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수퍼파워 중 하나는 낙관주의다. 이 낙관주의가 기업가 정신과 다른 예외적인 성취의 연료인데,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슬프다"고 말했다.
반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좋거나 훌륭하다'고 밝힌 응답자는 44%로, 1년 전의 38%보다 늘어났다. 그러나 '좋지 않거나 나쁘다'고 답한 응답자가 여전히 56%로 다수를 차지했다.
현재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한 응답자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대 간 연쇄반응에서 다수가 이전 세대보다 집을 사거나, 창업을 하고 풀타임으로 아이를 돌보기가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또 대다수는 미래 세대가 집을 사거나 충분한 은퇴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3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리티즈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아메리칸 드림을 망쳤으며 우리는 빠르게 고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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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학자들은 최근 몇 년간 양호한 경제지표와 대중의 침울한 경제 전망의 괴리에 대해 고민해왔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대선에서 패배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상에서 미국이 가장 뜨거운 경제"라고 자신했고, 실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나쁜 수준이 아니지만 이번 설문에선 응답자의 17%만 미국 경제가 다른 경제보다 우월하다고 답했다. 40%는 다른 나라 경제가 더 낫다고 밝혔는데 이는 2021년 대비 15%포인트 더 높아진 응답률이다.
원하면 집을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56%가 확신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고 답했다.
마호니 교수에 따르면 2005년부터 팬데믹 시기까지는 실제 경제 상황과 경제에 대한 낙관도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으나, 팬데믹 이후 괴리도가 커졌다. 팬데믹 이후에는 전통적인 경제 측정 전망보다 미국인의 경제 정서(sentiment)가 더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그는 "이 격차는 엄청나다. 역사적으로는 주식시장의 호황이 심리 지표 개선으로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분노로 경제 심리가 위축됐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위축된 심리는 미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고 짚었다.
우파 성향의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인 칼린 보우먼은 이에 대해 "미국인들은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수년간 거대 변수에 시달려왔고 이젠 인플레이션과 인공지능(AI)의 상용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우려, 관세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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