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함께 전용열차로 베이징 도착
"단순 가족방문 아닌 후계자 신고식 성격"
어머니 리설주 제치고 '퍼스트 레이디' 역할
단, 열병식 등 공식행사에서는 자취 감춰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한 사진에는 중국 측 간부들의 영접을 받는 김 위원장의 뒤에 주애가 있었다. 부인 리설주 여사가 3차례 방중 일정에 동행한 적은 있지만, 김 위원장이 해외 일정에 딸을 대동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 부녀의 방중은 국제 사회 앞에서 주애가 차기 지도자라는 것을 선언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정권의 특성상 최고지도자의 가족 공개는 우연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된 행보”라면서 “이는 단순 가족 방문이 아닌, 사실상 후계자 신고식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김주애에게 본격적으로 외교수업을 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김정은은 자신의 불행한 경험을 김주애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일찍부터 외교무대에 등장시켜 외교수업을 시켜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이번에 김주애를 대동하고 방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자로 내정되기 한참 전 어린 시절인 1957년 소련 10월 혁명 40주년 행사, 1959년 소련 공산당 21차 대회, 1965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10주년 기념행사 등 다자 외교무대에 김일성 주석과 동행했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그런 기회가 사실상 없었다. 정 부소장은 “김정은이 만 8세가 되었을 때 김정일이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했지만, 김정은에게 충분한 외교수업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김정은은 2018년에 북중·남북·북미 정상회담을 갖기 전까지 고립된 국가의 지도자로 남아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현지시간 오후 4시 중국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이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딸 주애와 조용원·김덕훈 당 비서, 최선희 외무상 등이 동행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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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타난 주애는 점차 정치적 위상을 키워왔다. 반대로 영부인 리설주 여사의 노출 빈도는 점점 줄면서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양새다. 2024년 1월 1일 신년경축대공연 관람 이후로 리 여사는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고, 주애 행보만 부각됐다. 지난 6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서 어머니 리 여사가 1년 반 만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김 위원장과 주애보다 한발짝 뒤에 물러선 모습이 포착돼 후계자로서 높아진 주애의 위상이 드러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단, 3일 오전 베이징 톈안먼 앞에서 진행된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주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열병식 레드카펫 입장과 각국 정상들의 기념촬영, 톈안먼 망루 등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일부 나라 정상들이 배우자와 함께 일정을 소화한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의 배우자 리 여사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모습이 일부 포착됐을 뿐이다. 주애는 최선희 외무상 등 다른 수행원들과 함께 망루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열병식을 지켜봤을 가능성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내년 1월 예상되는 제9차 당대회에서 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아직 어리기 때문에 후계자 확정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당의 공식 직함을 받기까지는 7~8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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