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인플루언서·부자들까지 명품·사치품 밀반입
유럽 핸드백·시계부터 한국 스킨케어까지 다양
"수년전부터 들고다녀" "짝퉁" 주장에 단속 어려워
낮은 죄의식·트럼프 반발도 명품 밀수 유혹 부추겨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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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시간) 최근 미국에서 서민들뿐 아니라 유명 인플루언서나 억만장자들까지도 해외에서 고율 관세가 부과된 제품을 밀반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 시계나 프랑스 핸드백, 이탈리아 구두 등과 같은 명품부터 한국의 고가 스킨케어 제품까지 밀수를 시도하는 품목군도 다양하다.
현재 미국에 수입되는 유럽연합(EU) 제품엔 15%의 관세가 매겨지며, 스위스 시계의 관세는 무려 39%에 달한다. 유럽 현지에서 부가가치세 환급을 받고 밀반입에 성공하면 구매비용을 35% 이상 절약할 수 있다. 고가 제품인 만큼 체감되는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즉 재판매해도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예일대학교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관세율은 평균 약 17.4%에 달한다. 1935년 이후 최고치다. 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이후 미 소비자들이 의류에 35%, 신발이나 핸드백과 같은 가죽 제품에 37%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것으로 추산했다.
뉴욕 포드햄대학교의 패션법 연구소 소장인 수잔 스카피디는 “밀수는 명백히 불법이지만 관세율이 낮았을 때에도 여행객들은 종종 면세로 제품을 몰래 들여오곤 했다. 지금은 관세율이 치솟으며 위험 대비 보상이 이전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해외 명품 브랜드 직원들이 면세 밀반입 노하우를 알려주는 일은 과거부터 성행해 왔다고 부연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고소득층의 ‘대담한’ 밀반입 시도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자주 비행기를 타는 승무원, 미국과 멕시코·캐나다 국경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 양국을 오가는 트럭 운전 기사 등도 밀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실제 디트로이트 등 국경 도시에선 “밀수는 쇼핑의 일부일 뿐”라는 인식이 만연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러큐스대학교의 앤드루 웬더 코언 교수는 “밀수는 가장 매력적으로 묘사되는 범죄 중 하나”라며 “미국 건국 초기엔 존 행콕 등 지도자 상당수가 영국의 고율관세를 피해 포도주 등 사치품을 밀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밀수는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미국에선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을 해외에선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오늘날 미국의 부유층은 가처분소득과 여행 성향을 고려할 때 밀수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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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 당국은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다. 하지만 최근 밀수되는 주요 제품들은 마약이나 총기, 위조 상품, 동·식물 등 확실하게 불법으로 인식할 수 있는 물건들이 아니다. 언뜻 보기엔 일상적으로 착용·사용할 수 있는 평범한 제품들이어서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를 들어 3000달러짜리 루이비통 핸드백을 몇 년 전에 샀다거나 진품이 아닌 가품이라고 주장해 세관 단속을 피할 수도 있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들여다보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는 이상 즉각적인 확인도 어렵다.
이러한 환경은 높은 보상에 대한 기대 심리와 맞물려 밀수 유혹을 부추기고 있다. 밀수가 당사자 입장에선 ‘피해자 없는 범죄’라는 인식도, 즉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견해도 죄의식을 덜어준다는 분석이다.
스카피디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 여행객들은 해외 쇼핑 및 밀수를 시민 불복종이나 조용한 저항의 한 형태로 여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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