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대부’ 시리즈 연속 상영회 전석 매진
픽사 ‘토이 스토리’·‘괴물의 아이’ 등 재개봉
OTT도 명작 열풍…“익숙함에서 찾는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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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I’m gonna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말론 브랜도의 불세출 명대사를 만들었던 영화 ‘대부’ 시리즈가 돌아온다. 마피아 영화의 원형이자, 1970년대 미 영화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대표적인 명작이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미국을 손에 넣은 꼴레오네 가의 대서사시를 그린 영화로, 무명의 신인이었던 알 파치노를 할리우드 신성으로 끌어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7일과 내달 15일 ‘대부’와 ‘대부2’가 차례로 극장 개봉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4K 리마스터링으로 5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더 선명한 화질과 음질로 관객들을 만난다. 개봉에 앞서 오는 13일에는 전국 롯데시네마 9곳에서 두 편의 ‘대부’ 시리즈를 연달아 상영하는 ‘연속 상영회’가 열린다. 장장 6시간 30분간 이어지는 대장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관 매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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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는 10여년, 많게는 수십 년 전 명작들의 재개봉이 잇따르고 있다. 팬데믹으로 신작 수급이 어려웠던 시절, 개봉작의 공백을 메우며 부상하기 시작한 재개봉 영화들은 지금도 여전한 시장 침체와 레트로(복고) 선호 현상이 맞물리며 극장가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202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재개봉 한 영화는 228편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올 하반기 극장가도 재개봉작 맞이에 여념이 없다. 최근 대부 시리즈가 9월과 10월 연이은 개봉을 확정 지은 가운데, 명작 애니메이션들의 릴레이 재개봉도 눈길을 끈다.
10일에는 픽사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토이 스토리’(1995)가 개봉 30주년을 맞아 다시 극장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카우보이 인형 ‘우디’가 자신을 진짜 우주 전사라고 믿는 장난감 ‘버즈’를 만나 진정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기술적 혁신과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시대를 연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202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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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사 측은 “어린 시절 ‘토이 스토리’를 통해 꿈과 상상을 키운 성인 관객들에게는 향수를, 새로운 관객에게는 시대를 초월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로도 잘 알려진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대표작 ‘괴물의 아이’(2015)도 개봉 10주년을 기념한 4K 리마스터링판으로 재개봉한다. 괴물의 손에 길러진 인간 소년과 인간을 제자로 삼은 괴물이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려낸 판타지다. 이튿날에는 일본 차세대 애니메이션 거장으로 평가받는 곤 사토시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인 ‘퍼펙트 블루’(1997)가 관객들을 만난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한 ‘미마’가 정체성 혼란 속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의문의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배두나가 한인 유학생으로 출연한 일본 청춘 영화 ‘린다 린다 린다’(2005)도 개봉 20주년을 기념해 오는 17일 국내에서 재개봉한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을 비롯해 출연 배우들의 내한 행사도 예정돼 있다.
내달 22일에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또 하나의 대표작인 ‘늑대아이’(2012)가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늑대인간을 사랑하게 된 평범한 대학생 소녀 ‘하나’와 신비로운 운명을 살아가게 되는 늑대아이 ‘아메’와 ‘유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제36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국내 개봉 당시에도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괴물의 아이 [얼리버드픽쳐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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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7월 말에는 청춘 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남색대문’(2002)이 재개봉해 큰 호응을 받았다. 누적 2만 관객을 넘어가면서 주연 배우 계륜미가 12년 만에 내한하기도 했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과거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에 관한 관심도 뜨겁다. tvN 예능 ‘뿅뿅지구오락실’이 쏘아 올린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열풍이 1990~2000년대 드라마 전반에 관한 관심으로 확대된 영향이다.
이른바 명작 드라마가 단순히 어른들의 추억 소환용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를 잡은 점이 주목된다. 2000년대 대표 드라마를 ‘뉴클래식’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선보이고 있는 웨이브에 따르면, ‘사랑한다’의 시청량은 ‘뿅뿅지구오락실’ 언급 당시보다 50배 이상 급증했고, 주 연령층도 3040에서 2030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도 젊은 층의 명작 콘텐츠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9일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트렌드 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최근 1년 이내에 명작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대(79.5%)와 30대(79.5%)의 시청 경험률이 높았다. 현재보다 과거가 좀 더 ‘낭만적’(81.5%)이고 ‘열정적인’(61%) 시대로 인식하는 경향은 10대 응답자에게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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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레트로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73.7%가 “옛것이 가지고 있는 사소한 불편함이 오히려 낭만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했고, “과거의 아날로그적 삶이 그립다”는 답변도 74.1%에 달했다.
엠브레인트렌드 모니터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일수록 과거의 익숙함에서 위안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면서 “경쟁사회에서 자라온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낭만’, ‘열정’ 등의 가치를 쉽게 경험하지 못했던 만큼, 이에 대한 결핍이 복고 문화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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