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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이런말저런글] 내일 돼야 알 일 오늘부터 아는 척, 슬픈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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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스꽝스러운 꼴이란 이런 겁니다. 어떤 일을 A로 전망합니다. 결과는 B입니다. A가 예상됐으나 결과는 B였다, 의외다, 반전이다, 예상 밖이다 합니다. C로 보는 게 타당한 사안을 D라고 짚고는 그것을 기준으로 순환논리를 만들어 어느 땐 C라 했다, 어느 땐 D라 했다 너무 쉽게 번갈아 씁니다. 참 편합니다. 문제는 그 결과가 본래부터 예상 안에 있던 것으로 의외가 아닌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C를 D라 하는 것 역시나 과도하다고 보이는 사례가 많고요. 오늘도 헛발질은 계속됩니다. 모든 매체의 기막힌 현실입니다.

    여러 매체 중 가장 많이 노출되어 심판받는 곳은 언론입니다. 매일매일 분석 기사를 거를 수 없으니까요. 끊임없이 진단하고 비평해야 하고요. 헬무트 슈미트 옛 서독 수상(독일 통일 전인 1974∼1982년 재임)은 일찍이 말했습니다. "정치인과 언론인은 슬픈 운명을 공유한다. 내일이 돼야만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오늘부터 떠들어대야 하는 운명 말이다." 두 직업인 모두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에 대해 아는 척해야 한다는 처지를 지적했습니다. 이 말을 인용한 것은 공감이 클 거라 봐서입니다. 그는 독일인들이 역대 가장 현명한 정치인으로 꼽는 인물입니다.

    연합뉴스

    <신간> 구십 평생 내가 배운 것들
    [바다출판사 제공]


    사정이 이렇다면 운명을 자각하며 편한 길은 잊어야 합니다. 불편하더라도, 잘못했다 싶으면 바로잡아야지 예상 밖이라고 밀어붙이거나 빈곤한 해설을 반복해선 웃음거리가 될 뿐입니다. '내일이 되기 전'이라면 물론 더더욱 신중해야 하고요. 협치(협력정치의 준말로 통칭)는 신기루라고 지난 글에서 말했습니다. 협치가 물꼬를 텄다느니 시동을 걸었다느니 또 그럽니다. 주된 논거라는 것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한 차례 회담입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은 이겁니다. 이 회담 뒤 여야 간 싸움이 벌어지면 '협치 (급속) 냉각'인가요? 그런가요, 정말? 생각을 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협치 물꼬'는 원래 빗나간 해석 아닐까 하고요. 그 해석을 유지하려고 또 협치를 끌어들여 '냉각'이라 하는 거라고요. 지난 회담은 의미 있는 첫 대화였을 뿐입니다.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 험로를 걸으리라는 것은 누구라도 예상하는 바이고요. 이건 내일이 돼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일도 아니잖아요. 협치는 코끼리를 가두겠다는 새장처럼도 보입니다. 오늘의 판단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연합뉴스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CG)
    <<연합뉴스TV 제공>>통독 기반 닦은 슈미트 전 총리 역사속으로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2번, 슈미트 인용문 원문 포함)

    1. 헬무트 슈미트 어록 - https://www.zitate7.de/autor/Helmut+Schmidt/

    2. Politiker und Journalisten teilen sich das traurige Schicksal, daß sie oft heute schon ueber Dinge reden, die sie erst morgen ganz verstehen. (읽기 쉽게 의역하여 본문에 반영)

    3.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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