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오찬 등 '통합'에 가장 공 들여
단일 인물로 김민석 총리 가장 많이 만나
"같은 편보다 다른 편과 자리 더 가져야"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악수하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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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오·만찬을 네 번 중 한 번 이상을 공개 일정으로 만들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정을 풀어가는 창구로 삼았다. 대통령이 언제, 누구와, 얼마나 자주 식사하는 지도 정치적 메시지가 되는 '대통령의 식사 자리'의 상징적 의미를 십분 활용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을 거치면서 심화된 정치적·사회적 분열 해소를 위한 통합의 자리로 활용하는 동시에 국무총리와 오찬 회동 정례화로 실세 총리에게도 힘을 실어줬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0일간 공개 식사 일정을 50번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공식 휴가(8일)를 제외하면 92일 동안 총 184번의 점심·저녁 자리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네 번 중 한 번 이상(27.2%)은 '식사 정치'에 나선 셈이다.
식사 목적을 감안하면 통합(11번)에 가장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취임 첫날인 6월 4일 우원식 국회의장, 원내 7당 대표들과 함께 국회 사랑재에서 '비빔밥 오찬'을 했고, 지난 8일 여야 대표 오찬을 통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악수를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정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내란 세력과 악수는 없다"고 공언하면서 정치 복원 기회를 찾지 못하자, 이 대통령이 여야 대표의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역시 '비빔밥'을 메뉴로 올리면서 여야 모두에 화합과 협치를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 날인 6월 4일 국회 사랑재에서 국회의장과 정당대표와의 오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우원식 국회의장,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천하람 개혁신당 당 대표 권한대행,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 대표 권한대행,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이 이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착석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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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정상 외교 차원(9번)과 국정 운영(8번)을 위한 자리였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국무위원부터 공무원 교육생들까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두루 만나면서 공직 사회에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취임 다음날(6월 5일) '김밥 국무회의'를 통해 공직 사회 전반에 '일하는 정부'가 들어섰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무회의실에서 김밥을 먹으며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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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원팀' 강조(6번)를 위한 자리도 많았다. 개혁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여당과의 원만한 관계를 다지면서 방송법, 검찰개혁 등 당정 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국면마다 교통 정리에 나섰다. 취임 108일 만에 여당 의원들을 만난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대비되는 지점이다.
재계 및 정치사회계 원로와의 만남도 각각 5번 진행됐다. 재계 총수들과 한미 관세협상을 앞둔 7월 중하순에 연쇄 회동을 가졌는데, 대미 투자 등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한 자리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대통령의 '친노동' 이미지를 불식하면서 재계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원로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리도 즐겨 가졌다. 정치적 구력이 뛰어난 원로라면 진영을 가리지 않았다. 종교지도자와 민주당 상임고문단,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계 원로를 비롯해 보수 진영의 원로라 할 수 있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까지 두루 만났다.
'민생(4번)'에도 공을 들였다. 대통령실 안에서만 식사를 하지 않고, 대통령실 인근 식당에서 대구탕, 해장국 등으로 소탈한 점심을 갖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둔 7월 중순에는 광화문의 한 삼겹살 식당에서 시민들과 '번개 저녁'을 하면서 정책 홍보전에 나서기도 했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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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자주 식사한 사람은 김민석 총리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0회 국무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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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통령실 참모나 수행 인원을 제외하면 가장 자주 식사를 한 사람은 김민석 총리(5번)였다. 비공개로 의견을 구할 수 있는 데도 국무총리와의 '주례 오찬 회동'을 신설하고 일정을 공개해 왔다. 이 대통령이 김 총리에게 국정 운영에 대한 의견을 자주 구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총리실을 중심으로 공직 사회가 운영되도록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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