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트럼프 발언, 모호한 암시"
아사히 "대러 견제 애매한 수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대통령 직속기관 '종교자유위원회' 행사에서 발언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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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새벽 발생한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범 사건에 대해 "이제 시작한다"(Here we go)라고 말했다. 러시아 원유 수출을 겨냥한 2차 제재를 시사한 발언인데,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언급만 할 뿐 실행하지는 않는다는 비판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범을 어떻게 할 거냐고?"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 CNN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이 사건의 여파가 어디로 이어질지에 관한 모호한 암시"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2차 제재를 시사했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담겨있지 않음을 지적한 것.
CNN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갈등을 종식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며 "이번 사건은 이러한 실패 이후 갈등이 오히려 고조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향한 진전은 거의 없는 듯하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커지고 있으나 인도에 추가 무역 제재를 가한 것 외에는 어떠한 새로운 제재도 실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방의 러시아 원유 수출 제재를 어기고 러시아 원유를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인도에 대해 25% 관세를 추가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구매하는 인도, 중국에 관세 100%를 물릴 것을 유럽연합(EU)에 요청했다는 등 보도가 있었으나 실행된 것은 아직 없다.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 제재도 없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를 향한 견제가 애매한 내용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공화당에서는 러시아를 향한 제재를 실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러시아는 미국을 피아노처럼 갖고 논다"고 비판했다. 틸리스 의원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했고, 지난 3일엔 중국 전승절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원하는 것을 다 얻었다"고 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언젠가는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을 무너뜨리려 할 것이란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푸틴 대통령은 평화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CNN은 공화당 지도부에서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민주당 리처드 블루멘털 의원이 공동 발의한 러시아 제재안을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안은 러시아산 우라늄과 화석에너지를 구매했음에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나서지 않은 국가들에 대해 최대 500% 관세를 매긴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인도, 중국을 겨냥한 제재안이다.
그레이엄 의원은 엑스 게시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글을 언급하면서 "뼈를 으스러트릴 정도로 강력한 새 제재안과 관세 부과안을 통과시킬 준비가 됐다"고 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의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날 새벽 러시아 드론으로 추정되는 비행체 19기가 벨라루스 방향에서 날아와 폴란드 영공을 침입했다. 이에 폴란드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과 함께 드론 격추 작전에 나서 위험 요소로 분류된 드론 4기를 격추했다. 로이터통신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루마니아 등 인접국 영공을 침범한 사례가 여러번 있었지만 격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러시아가 이번 사건을 통해 나토를 시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격을 부르지 않는 선에서 도발을 감행, 나토의 대응력을 가늠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것. 또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나 "폴란드가 원하면 더 많은 미군들 주둔시키겠다"고 발언한 사실을 조명하면서 "미국을 위협하겠다는 의도도 명확히 읽힌다"고 했다.
러시아는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부인했다. 크렘린궁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국방부 소관"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드론을 통해 우크라이나 서부를 공습한 건 맞지만 폴란드 내 목표물을 공격할 계획은 없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폴란드에 주재하는 한 러시아 외교관은 드론은 벨라루스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방향에서 폴란드로 날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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