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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러 국영기업 원전 신설하려는 헝가리, EU 최고법원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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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기업 로사톰, 공개입찰 없이 수주…EU 규정 준수 여부 불분명"

    헝가리, 러 에너지 의존도 높아…"친러성향 오르반 정부에 압박"

    연합뉴스

    헝가리 팍스 원전 신규 원자로 건설 현장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러시아의 헝가리 내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에 대한 EU 승인을 취소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헝가리 정부가 공개 입찰 절차 없이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과 맺은 계약이 EU 조달 규정을 준수했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ECJ는 EU 집행위원회가 로사톰이 건설하는 신규 원자로 2기에 대한 헝가리의 보조금 계획을 승인할 때 EU 공공 조달 규정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ECJ는 "EU 집행위는 공공 입찰 절차 없이 이뤄진 직접 계약이 EU 공공 조달 규정을 준수하는지 확인했어야 한다"며 "집행위는 이 절차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으나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헝가리는 2014년 로사톰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팍스 원전 단지에 2기가와트(GW) 규모 원전을 추가로 건설 계획을 세웠다. 이 프로젝트는 지연 끝에 2030년대 초반 완공을 목표로 2022년 건설에 들어갔다.

    로사톰이 주도하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프랑스와 독일 기업을 포함해 여러 글로벌 기업이 하도급 업체로 참여한다. 그러나 원전의 핵심은 러시아 니즈니 노보고로드 엔지니어링이 제작하는 원자로 2기다.

    연합뉴스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 로고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헝가리 정부는 원전 프로젝트를 지속할 계획이며, 공공 조달 및 국가 보조금 요건 충족 입증을 위해 EU 집행위와 협력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야노시 보카 헝가리 EU 담당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원은 이 프로젝트가 공공 조달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근거 제시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 년 전 다른 절차에서 이 부분이 확인됐는데 이번 결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현재 속도로 원전 투자를 지속하지 못할 법적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EU 집행위는 "판결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조치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내에서 헝가리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 꼽힌다.

    헝가리 유일 원전인 팍스 원전은 1980년대부터 러시아산 원자로 4기를 보유 중이며, 현재 시설만으로 자국 전력 수요의 약 40%를 공급한다.

    다른 동유럽 국가들은 구소련 시절 원전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위해 서방 기술을 채택했으나 헝가리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고집해왔다.

    특히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고강도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친러시아 행보를 보여왔다.

    FT는 "이번 판결은 오르반 총리에게 민감한 시점에 찾아왔다"며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유지하려는 시도로 점점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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