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성과급 거론하면서 '빈부 양극화'에 경고
"사회라는 가치 잃으면 무슨 의미 있겠나" 지적
교황 레오 14세(가운데)가 6월 6일 여름휴가를 맞아 교황의 별장이 있는 이탈리아 중부 카스텔간돌포에 도착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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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최대 1조 달러' 성과급 보상안을 작심 비판했다. 세계적으로 점점 극심해지며 '인간성 상실'을 초래하고 있는 빈부 양극화 현상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한 것이다.
교황은 14일(현지시간) 공개된 가톨릭 매체 크룩스 인터뷰에서 "어제 일론 머스크가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가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게 무슨 뜻이고, 무슨 의미일까"라고 물었다. 이어 "이것(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가치 있는 유일한 것이라면, 우리는 큰 문제에 봉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5월 제267대 교황에 오른 레오 14세는 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인 교황으로, 취임 이후 그의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교황의 발언은 최근 테슬라 이사회 결정을 지목하는 것이다. 지난 5일 테슬라 이사회는 '회사 시가총액의 10년 내 8배 증가' 등 목표 달성 시 CEO에 대한 성과 보상안을 만들었다. 핵심은 머스크에게 테슬라 보통주 전체의 12%를 지급하는 것으로, 해당 주식은 현재 가치 기준 9,750억 달러(약 1,354조 원)에 달한다.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셈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월 22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레슬링 챔피언십 결승전을 관람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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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빈부 양극화'의 주요 사례라는 게 교황의 지적이다. 그는 "60년 전 CEO들은 노동자 계층보다 4~6배 더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이제는 (CEO들의 수익이) 평균 노동자 계층의 600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양극화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교황은 '공동체적 가치의 회복'을 강조했다. 레오 14세는 "이런 결과(양극화)를 초래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인간 삶의 의미에 대한 고차원적 감각을 상실한 게 관련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인간 삶의 가치, 가족의 가치, 그리고 사회의 가치에 대한 감각을 잃는다면, 더 이상 중요한 게 무엇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에서 끊이지 않는 분쟁에 대해 교황은 "나는 인간 본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교황청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어느 한쪽 편이 아닌, 진정한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우리는 희망을 품고, 사람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자'고 계속 촉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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