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품목 관세영향도 살펴야"
한국이 상호관세를 낮추기 위해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8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가운데 중소기업계에서 "좋은 합의가 아니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등 일부 품목의 경우 고관세를 막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이 직접투자까지 요구하자 위기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대미투자 대신 수출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호관세로 인한 중소기업계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철강 중소기업의 상반기 대미수출은 16.3%, 알루미늄은 3.4% 감소했다. 전체 기업으로 보면 8월 철강 대미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2.9% 줄었다는 집계도 나왔다.
고관세를 적용받는 수출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국은 지난 7월 한국 수출기업의 상호관세 부담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모든 품목에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의 경우 50%로 정해졌고 자동차는 후속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25%를 유지 중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피해는 더 크다. 한 알루미늄 수출 중소기업 관계자는 "예정된 대미수출 계약도 취소됐고, 다른 국가에서도 9억원까지 발생하던 수출액이 1억원까지 줄었다"며 "많게는 월 매출이 50%까지 빠진 업체도 봤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대규모 대미투자 방식에 있어서도 미국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제2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원자재를 달러로 사오는 구조상 원·달러 환율 상승은 특히 중소기업 수익성에 치명적이다. 만약 정부가 미국 측에 제안한 무제한 통화스와프마저 불발된다면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져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3500억달러 대미투자에 따른 외환시장과 중소기업에 미칠 충격을 고려하고 자동차 등 세부품목 관세 영향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도 "우리 외환보유액은 일본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원화는 국제거래 비중이 1.5%밖에 안 된다"며 "섣불리 저자세로 나설 게 아니라 신중하게 협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경제학자 딘 베이커가 국내총생산(GDP)의 0.7%를 지키려고 488조원을 미국에 내주는 선택은 '어리석다'며, 차라리 대미수출 감소로 피해를 본 기업을 지원하는 게 낫다고 지적하면서 업계에서도 동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출바우처 규모를 늘리고 대미수출 감소로 인한 피해를 메꿔주는 등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15% 관세가 과연 성과인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시장 경쟁에서 버티기 힘겨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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