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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중대재해법·디스커버리제…규제 특수 준비하는 로펌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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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특수 준비하자

    연달아 TF 내놓는 로펌

    기업들이 법안 대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주요 대형 로펌들은 잇따라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법률 지원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자문 비용 급등으로 로펌 매출이 상승했던 것처럼, 규제 특수를 활용해 로펌 매출 확대를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1위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인사노무그룹 내에 ‘노동 정책 TF’를 신설했다. 새 정부 노동 정책과 기업 대응 방향에 대한 심층 자문을 제공한다. 변호사, 공인노무사, 전문위원 등 다수 전문가가 참여해 국내외 기업 맞춤형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식이다.

    또한 상법 개정안 대응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법 개정안 대응 TF를 운영 중이다. 입법 동향을 추적하고, 송무, 지배구조, 경영권, 주주 대응, 정부기관 관련 인력을 총동원해 기업별 맞춤 전략을 수립한다.

    광장은 기존 노동그룹과 산업안전팀을 주축으로 약 50명 규모의 ‘노동 컴플라이언스팀’을 출범시켰다. 노동전담부 재판장 출신 진창수 변호사가 팀을 이끈다. 인사·노무·안전 전반에 걸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광장 상법 개정안 TF는 구대훈, 김경천 변호사가 주축을 맡았다. 회사법, 지배구조 및 M&A 등을 자문한다. 회사법 이슈와 관련한 실용적인 해법, 논리를 제시하는 데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평양은 올해 6월 거버넌스 솔루션 센터 출범과 함께 상법 개정안 TF를 꾸렸다. TF는 지배구조 이슈와 주주 간 분쟁 리스크를 점검하고, 4단계 거버넌스 솔루션 시스템을 통해 기업별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주주 행동주의 펀드 사례를 중심으로 한 강의도 병행한다. 노란봉투법의 경우 김상민 변호사가 이끄는 인사노무그룹이 대응 중이다.

    율촌은 사내 노동팀을 중심으로 ‘노조법 개정 및 노동 정책 변화 대응’ TF를 가동했다. 특히 노란봉투법에서 쟁점이 되는 ‘원청 사용자성 확대’에 주목해 전담 TF를 꾸렸다. 원청 기업 리스크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이미 대기업 한 곳과 관련 자문 업무도 개시했다. 상법 개정안은 기업승계자문센터와 기업지배구조센터를 중심으로 한 개정 상법 TF가 담당한다.

    세종은 개정 상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전략센터’를 발족했다. 이동건, 이숙미 변호사를 필두로 M&A 전문가, 전관 출신, 한국거래소 출신 등 30~40명 규모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배구조 자문과 분쟁 대응 전략을 제공한다. 노란봉투법은 ‘노란봉투법 TF’를 구성해 기업 노사 대응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으로 발간한 ‘노란봉투법 50문 50답’을 발간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화우는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새 정부정책 TF’를 열었다. 고객사의 상법 개정안 대응을 돕는 팀이다. 법률 동향을 분석하고 세미나를 여는 등 기업 대응을 중점적으로 맡는다. 노란봉투법은 ‘새정부노동정책 TF’가 맡는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대거 배치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수석 부위원장을 지낸 배상윤 수석전문위원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배 위원은 현장 경험을 살린 실질적 노사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임서정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 권영순 전 서울지노위 위원장, 신현수 전 고용노동부 과장 등 전직 고위 공무원들을 영입해 노동 정책 대응 전문성을 강화했다.

    법무법인 YK는 ‘노란봉투법 및 플랫폼노동 TF’를 신설해 사용자 개념 확대와 파업 손해배상 제한 등 새로운 노동 규제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전국 31개 분사무소망을 활용한 현장 밀착형 자문 시스템을 통해 제조업·건설업 등 중소사업장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YK는 지난 7월 ‘새정부 노동 정책 및 중대재해’ 세미나를 열고 전직 고용노동부 장관과 학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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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센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기업 지배구조가 흔들리며, 법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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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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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커버리제 도입되면

    로펌 업무량 크게 늘 듯

    로펌 업계는 특수가 당분간 계속되리라 내다본다.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규제 법안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 2탄은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대상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는 기존 경영진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9월 중에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면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하는 ‘상법 개정안 3탄’이 예정돼 있다.

    이 대통령 공약인 ‘주 4.5일제 도입’ 역시 로펌이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다. 대통령은 양대 노총 위원장과 회동을 하며 노동계와 주 4.5일제 논의에 들어갔다. 로펌들은 노란봉투법과 함께 주 4.5일제 시행을 대비해 노동 관련 조직을 강화했다. 노동계는 ‘임금 삭감 없는 4.5일제’를 주장하지만, 기업들이 경영난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아 노사 분규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펌 시장을 뒤흔들 또 하나의 ‘빅이슈’가 디스커버리(전문가 사실조사 또는 증거 개시) 제도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본격적인 변론 전 단계에서 원고와 피고가 서로 요구한 증거를 제공·교환하도록 하는 절차다. 민사소송에서는 당사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제출해야 하고, 법원도 원칙적으로 제출된 자료를 기초로 판결을 내린다. 현행 문서제출명령 제도(민사소송법 제344조)는 당사자 또는 제3자가 가진 문서를 법원 명령에 따라 제출하게 하는 절차지만, 불이행 시 제재가 약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하면 숨겨진 증거가 없어 재판이 공정해지고, 소송 전 조기 해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강점으로 꼽혀왔다.

    로펌에서 디스커버리 제도를 반기는 이유는 변호사 업무가 크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디스커버리 제도가 시행되면 소송 당사자들은 방대한 양의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 변호사들이 참여하며 막대한 수임료를 챙길 수 있다. 대기업 간 특허소송에서는 디스커버리 비용으로만 수백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게 로펌 업계 예상이다.

    이미 법조계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동 운영하는 미래전략센터는 국회와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제도화를 촉구한 바 있다. 미래전략센터 관계자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를 찾아 제도를 국정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며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실에도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26일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담은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소송 관련 자료를 점유·관리·보관하는 사람의 제출 거부를 금지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법원 명령에 불응하면 ▲상대방 주장을 진실로 인정 ▲패소 판결 ▲소송 비용 부담 ▲1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도록 했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특허 권리자가 보다 실효적으로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상법 개정과 맞물려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그간 한국에서는 회사 자료를 볼 수 없어 배임 고소로 검찰 수사를 거친 뒤 확보한 자료를 민사에 활용하는 편법이 동원돼왔다. 디스커버리가 도입되면 형사 고소 없이 자료 확보가 가능해진다. 이사백 서울변호사회 대변인은 “민사소송은 당사자들이 실체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느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로 필요한 증거를 공개하면 판결 예측이 쉬워지고, 판결에 승복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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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조가 원청 업체 경영진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할 권리를 보장한다. 협력사가 많은 영남 일대는 현재 노란봉투법 대응 준비에 분주하다. 사진은 시위 중인 노조 관계자들 모습(사진 왼쪽).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를 근절하겠다는 현 정부의 기조에 따라 더욱 엄격하게 집행 중이다. 현재 대형 로펌 중대재해센터에는 자문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사진은 공사 현장 모습(오른쪽).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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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6호 (2025.09.10~09.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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