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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진화하는 사이버스토킹, 통계조차 없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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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발전으로 고도화된 사이버스토킹
    2023년 ‘스토킹처벌법’ 개정됐지만
    여전히 사이버스토킹 통계 구축 안돼
    “진화하는 범죄 행위, 법으로 포섭할 수 있어야”


    매일경제

    사이버스토킹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내 사이버스토킹 관련 통계 시스템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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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기술(IT)의 발전과 함께 사이버스토킹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경찰 내 통계 시스템은 범죄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제도적 대응과 수사기관의 인식 개선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현재 사이버스토킹과 관련한 공식 통계는 유형화해 집계되고 있지 않고 있다. 경찰청이 공개한 ‘불법콘텐츠 범죄 세부유형 발생·검거 건수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사이버 음란물, 사이버 도박,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등이 항목별로 나뉘어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 스토킹의 경우 2020년을 마지막으로 통계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는 2021년 10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관련 수사 주체가 기존 사이버범죄수사과에서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스토킹수사계로 이관된 것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후 2023년 7월 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 위치정보 등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제3자에게 제공·배포·게시하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이름·사진·영상 등을 사칭하는 행위 등 온라인 스토킹 유형이 새롭게 포함되면서 사이버스토킹도 본격적인 처벌 대상이 됐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사이버스토킹을 별도 유형으로 집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스토킹은 물리적 접근 없이도 피해자를 장기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범죄로, 기술 발전과 함께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의 인식 부족과 제도 미비로 인해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 범죄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고, 죄목이 중첩되는 경우가 많아 유형별 통계를 따로 집계하지 않고 법 위반 유무와 건수만 취합하고 있다”며 “사이버스토킹이 법 개정으로 도입된지 얼마 되지 않아 통계를 정리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시스템 상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수사기관의 초기 대응 실패로 피해를 본 사이버스토킹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여름 A씨는 전 연인으로부터 사이버스토킹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는 온라인상에서 A씨를 사칭한 계정을 수차례 만들고, 피해자의 신분증과 불법촬영물을 게시했다. ‘불법촬영물을 며칠 후 올리겠다’는 식의 예고성 게시글도 올렸다.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자 조사만 진행한 뒤 사건을 타 부서로 넘기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 사이 A씨의 불법촬영물은 실제로 온라인에 유포됐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생 경험한 스토킹 행위 유형’(복수응답)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32.2%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스토킹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상 폭력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묻는 항목에서는 ‘개인정보 유포 및 유포 협박’에 대한 불안이 24.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고도화되는 스토킹 범죄에 맞춰 관리 체계와 법 적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스토킹은 대부분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특히 사이버스토킹은 가해자 특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경찰이 스토킹 행위를 법리적으로 충분히 인식하지 못해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토킹은 디지털 환경에서 계속 진화하고 있는 만큼, 기존 법으로 포섭되지 않는 행위들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법 해석과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이버스토킹 대응을 포함해 치안 수요를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데에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현재의 경찰 업무량이 과부하 상태일 뿐만 아니라 인력과 예산 부족 문제가 겹쳐 있기 때문에, 조직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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