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매체 "공대공 미사일 유도장치 오작동"
지붕 날아간 폴란드 주택 |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폴란드군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날아온 드론을 격추하려고 발사한 미사일이 민간 주택에 떨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현지매체 폴스키에라디오 등에 따르면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미사일 유도장치 오작동으로 민가가 피해를 입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에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일간 제치포스폴리타는 러시아 드론의 영공 침범 당시 폴란드 동부 루블린주 비리키의 한 주택 지붕이 날아간 이유가 러시아 드론 추락 때문이 아닌 폴란드 공군 F-16 전투기의 공대공 미사일 오발이라고 보도했다.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은 대부분 방공망 교란용 미끼 드론 게르베라(Gerbera)였다. 드론들은 연료가 다 떨어진 뒤 농지나 공터에 추락해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루블린주의 민가만 유독 지붕 전체가 무너졌다. 망가진 주택 사진은 러시아 드론 침범의 유일한 피해 사례로 전세계 언론에 보도됐다. 그러나 폭발장치 없이 합판과 스티로폼 등을 조립한 미끼용 드론의 추락 흔적 치고는 피해가 너무 크다는 의심이 나왔다.
폴란드 정부는 사건 당시 19건의 영공 침범을 확인했고 드론 3∼4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후 드론 17대 잔해와 '미사일 파편'을 회수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민가에 떨어진 비행물체가 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루블린 검찰은 피해 주택을 드론이나 그 잔해가 타격한 건 아니라고 밝혔다.
공터에 떨어진 러시아 드론 |
나브로츠키 대통령과 상시 권력다툼 중인 도날트 투스크 내각은 의혹을 부인했다. 투스크 총리는 "비리키 주택 피해의 책임은 전적으로 러시아에 있다"고 말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외무장관은 "내가 정의하는 '러시아의 꼭두각시'는 드론 도발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면제해 주려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폴란드는 드론 침범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에 군인들을 보내 드론 격추법을 배우기로 했다. 그러나 양국은 러시아 드론 격추의 '성과'를 두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폴란드가 드론 3∼4대만 격추한 사실을 언급하며 "대규모 공격을 받으면 폴란드는 국민을 구할 수 없다. 그들은 전쟁 중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일에 대비하지 못한 걸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코르스키 장관은 "이 일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했다면 우크라이나 기준으로는 100% 성공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드론의 80% 이상을 격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최근 하루에 1천대 가까운 드론을 날려 방공망 한계를 넘으면서 요격 성공률이 30%대에 그친다는 주장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첫해인 2022년 11월에는 우크라이나에서 6㎞ 떨어진 폴란드 동부 프셰보두프에 미사일이 떨어져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서방은 러시아 미사일이라고 주장했으나 조사 결과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이 잘못 발사된 걸로 드러났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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