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등 민주당 지도부 특검 수사 촉구
부승찬 의원 폭로 앞서 서영교 의원 공론화
사실상 재탕에도 새로운 증거는 제시 못해
'김의겸 시즌2 되나'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
지도부는 "상당한 검증 과정 거쳤다" 자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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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7일 이른바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과 관련,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해 특검 수사를 촉구하며 총공세를 폈다. 조 대법원장이 내란 세력과 동조했다고 압박하며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집권여당이 현역 대법원장을 '수사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삼권분립을 뒤흔드는 '희대의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작 이를 뒷받침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제시하진 못했다. "여러 제보를 받은 게 있다", "추후 더 공개할 것"이라고 두루뭉술하게 피해갈 뿐이었다. 정치권에선 해당 의혹이 친여 성향 유튜브 매체에서 지난 5월 먼저 불거진 뒤 최근에 '지라시' 형태로 다시 회자됐다는 점에서, 출처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에 집권여당이 무분별하게 올라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가짜뉴스로 판명났던 제2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사태로 끝난다면 역풍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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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영교가 운 떼고 부승찬이 '재탕'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을 확산하는 데는 민주당 지도부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특히 정청래 대표는 조 대법원장을 향해 "정치적 편향성으로 오염됐다"고 맹폭하며,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정 대표가 공격의 근거로 삼은 것은 전날 부승찬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꺼내든 '제보'다. 부 의원은 익명의 제보를 근거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사흘 뒤인 4월 7일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이 오찬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폭로했다.
다만 해당 의혹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지난 5월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관련 내용을 처음 공론화했었다. 당시 서 의원도 "제보를 받았다"며 익명의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부 의원이 제기한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서 의원은 이날도 MBC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의혹을 재차 확인하며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하기 1년 전에 이미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선에 못 가게 해결하겠다'라고 말했다는 제보를 당시 여권의 고위직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제보자의 신상과 관련해 서 의원은 "과거 보수 정권 민정 라인에 있던 인사"라며 "아주 신뢰할 만한 내용"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 실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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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건 없이 "근거 있다" 외쳐
사실상 서 의원이 4개월 전에 의혹 제기했던 내용을 부 의원이 일종의 '재탕'에 나선 것인데, 민주당은 이를 새롭게 입증할 '증거'를 단 한 건도 제시하지 못했다. 사실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운 '익명의 제보자'의 주장을 근거로 사법부의 신뢰에 타격을 입히려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윤 전 대통령 가석방을 결정한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해 ‘룸살롱 접대’ 의혹을 제기했지만, '부적절한 접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2022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향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전 민주당 의원은 최근 1심에서 ‘허위사실’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 민주당은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대림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헌법기관인 부 의원이 제보에 대한 상당한 검증, 실체적 확인 과정을 거쳐 대정부 질의에 한 얘기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조 대법원장의 변명이 사실인지 법사위에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대표도 조 대법원장의 해명 이후 페이스북에 “의혹제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특검수사로 진실을 밝히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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