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지난 12일 대통령실 앞 장외집회를 이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틀 뒤엔 구속된 손현보 목사가 담임인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강경파' 이미지를 내세워 당대표로 당선된 장 대표의 정치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약 9개월 남은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겨냥한 핵심 지지층 결집 전략이기도 하다.
지난달 26일 취임 이후 장 대표는 '강성 지지층'과 '중도 지지층'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를 "의병"이라고 칭한 게 대표적이다. 극단적 성향의 지지자들을 공식 당직에는 기용할 수 없지만, 대여투쟁 전선에선 함께 하겠다는 의미다. 강성 지지층을 확 끌어안지도, 밀어내지도 않는 행보다.
여권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특검 수사와 재판 국면을 이어가며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이란 프레임에서 가둬놓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와 거리를 두지 않는다면 여권의 프레임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꼴이 된다.
그런데도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손을 놓지 않는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대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는 중도층보다 투표 성향이 높은 핵심 지지층을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다. 서울·부산시장 등 핵심 지역 광역자치단체장 자리를 사수해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집토끼'를 함부로 다룰 순 없다.
하지만 장 대표가 반드시 중도층과 강성 지지층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니다. '탄핵의 강' 탓에 쉽진 않겠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선 중도 확장도 필요하다고 강성 지지층을 설득할 수만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재명 정부와 온힘을 다해 싸우겠지만, 우리 힘만으론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강성 지지층에 납득시킬 수만 있다면 국민의힘은 부활에 성공할 수 있다. 임기 초기의 대통령과 거대야당을 상대로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장 대표의 탁월한 대중연설 실력 등 소통능력에 비춰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중도 포용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합리적이라고 평가받는 인사들을 발탁해 중용하고 전면에 내세우는 상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위기의 당에 부활의 날개를 날아줄 장 대표의 절묘한 리더십을 기대한다.
정경훈 기자 /사진=정경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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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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