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연정 합류 조건에 걸자는 주장도
"총재 후보에게 평화헌법 삭제 물어야"
'외국인 유입 총량제' 등 배외주의 정책도
나카타니 겐(앞줄 오른쪽) 일본 방위장관과 리처드 말레스(왼쪽) 호주 국방장관이 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 해상자위대 기지에 정박한 호위함에 탑승해 인사하고 있다. 요코스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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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이하 유신회)가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자는 안보 관련 제언을 발표했다. 차기 총재 선거에 돌입한 집권 자민당이 일본유신회와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다. 유신회는 이번 제언을 연립정부 합류 조건으로 걸겠다는 입장이다. 유신회가 연립정부에 들어올 경우 일본 차기 정부가 평화헌법 철폐 움직임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유신회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1세기 국방 태세와 헌법 개정' 제언을 확정했다. 제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과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을 담은 헌법 9조 2항 삭제를 골자로 한다. '육해공군과 그 외 전력을 보유하지 않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9조 2항 덕분에 일본 헌법은 그동안 '평화헌법'으로 불렸다. 그러나 우익 세력은 호시탐탐 평화헌법 조항 삭제를 시도해 왔다.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추진하려 했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접어야 했다.
유신회는 평화헌법을 삭제하고 '국방군'을 보유하자고 주장했다. 헌법에 '국가 고유의 권리인 자위권을 보유한다'는 근거 조항을 담고, 군 보유와 군사재판소 설치도 헌법에 함께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군대를 보유한 뒤 미일안보조약을 개정하고, 미국·호주·필리핀 등과 군사 동맹을 맺자고 제시했다. 2차대전 패전 후 유지해 온 '전수 방위(타국의 공격을 받은 경우에만 방위력을 최소한으로 행사)' 원칙 철폐도 담았다. 유신회는 제언에 '우리나라(일본)의 방위 기본 방침을 전수 방위에서 필수 불가결인 방위력 행사, 또는 적극 방위 개념으로 전환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일본 우익 정당인 일본유신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요시무라 히로후미(왼쪽) 대표와 후지타 후미타케 공동대표 사진과 함께 '일본 재기'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일본유신회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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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회는 자민당이 방위 제언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적극 설득할 계획이다. 과반 의석을 점하지 못한 자민당이 자민·공명당의 기존 연립정부 범위를 유신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만큼, 제언 실현을 연립정부 합류 조건으로 걸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신회는 다음 달 4일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가 새 총리가 될 경우 연정 확대를 모색할 우선 대상으로 꼽힌다. 유신회 간부는 산케이에 "자민당 총재 후보들에게 헌법 9조 2항 삭제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이을 차기 총재 선거에 돌입했고, 유력 후보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장관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장관은 유신회와의 연립정부 구성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는 "유신회는 자민당의 차기 총재가 선출되면 제언을 정부·여당에 전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방위에 대한 인식 차이가 연정 협상의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유신회는 '외국인 유입 총량제'를 도입하자는 배외주의 정책도 내놨다. 일본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일정 부분을 넘지 않게 제한하자는 주장이다. 또 △외국인 일본 국적 취득 심사 강화 △귀화 취소 제도 도입 △사회보험료·의료비 미납 외국인 규제 △외국인·외국 자본 토지 취득 규제 강화 등 외국인 규제 정책도 제시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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