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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뮤지컬과 오페라

    차별·폭력 민낯 드러내는 대성당 종소리…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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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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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한발 물러간 가을 저녁, 서울 광화문이 대성당의 종소리로 물들고 있다. 지난 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오리지널 내한공연이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무대는 한국 투어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1998년 파리 초연 이후 20여개국 1500만명 넘는 관객을 모으며 프랑스 뮤지컬의 위상을 새롭게 썼다. 오페라처럼 대사 없이 전편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성스루’ 형식으로, 음악이 곧 서사이자 감정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파격적 형식은 ‘팝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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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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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르 위고의 동명 원작 소설처럼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네 남자의 욕망과 사랑, 그리고 파멸을 그린다. 흉측한 외모 안에 순수한 영혼을 품은 콰지모도, 신념과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주교 프롤로와 근위대장 페뷔스,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내는 음유시인 그랭구와르가 극을 이끈다. 비극적 결말 속에서도 인간 욕망의 아이러니와 사랑의 숭고함을 동시에 비춘다.



    이번 내한공연의 배우들은 작품의 상징성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안젤로 델 베키오가 연기한 콰지모도는 거칠고 투박한 음성에 고독과 순정을 담아내고, 엘하이다 다니의 에스메랄다는 자유로운 영혼이자 파멸의 운명을 짊어진 여인으로서 객석을 압도한다. 특히 원년 멤버 다니엘 라부아는 다시 한번 프롤로로 무대에 올라 깊은 음색과 강렬한 카리스마로 상징적 존재감을 입증한다. ‘대성당의 시대’, ‘춤을 춰라, 에스메랄다’, ‘벨’ 등 넘버들은 관객들의 깊은 몰입과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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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자체가 거대한 상징이다. 대성당을 형상화한 구조물, 종탑을 오르내리는 배우들의 곡예, 쇠사슬과 횃불이 어우러진 장면은 권력과 군중의 집단적 힘을 시각화한다. 특히 공중 곡예를 연상케 하는 군무와 퍼포먼스는 장대한 스케일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20년간 한국 관객이 이 작품에 매료돼온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복적인 선율과 합창은 대사를 대신해 집단의 감정을 이끌어내며, 콘서트와 오페라, 뮤지컬의 경계를 허문다.



    이 작품의 저력은 화려한 흥행 기록에만 머물지 않는다. 1999년 프랑스 뮤지컬 어워드 7관왕에 오르며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오에스티(OST) 앨범은 프랑스에서 200만장 넘게 판매됐고, 대표 넘버 ‘벨’은 프랑스 싱글 차트 정상을 포함해 44주간 머물렀다. 이는 무대 예술을 넘어 대중문화로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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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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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의 주제 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집시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에스메랄다, 종교와 권력 뒤에 감춰진 욕망과 폭력, 사랑의 이름으로 위장된 소유욕 등 15세기 파리의 풍경은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다. 국경과 언어, 종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는 지금도 반복된다. 넘버 ‘집시들의 합창’의 “우리는 이 도시에서 늘 쫓겨나고, 불청객이고 추방자로 불린다”는 노랫말은 주제 의식을 대변한다. 한 세대 넘도록 공연이 지속되는 이유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인간과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2005년 첫 내한 이후 20년간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르며 사랑받아온 이유다. 이번에도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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