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1 (목)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푸틴, 나토 영공 또 넘었다…에스토니아 "러 전투기 3대, 12분간 비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러 국방부 "발트해 중립 상공만 비행" 부인…
    EU·나토 "러시아 의도적으로 유럽 영공 침범"
    트럼프 "아직 자세한 내용 못 받았다" 말 아껴

    머니투데이

    19일(현지시간) 스웨덴 공군은 이날 에스토니아 영공 침범 후 발트해 상공을 비행하는 러시아 미그-31(MIG-31) 전투기의 모습을 공개했다.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 드론(무인기)·전투기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영공을 연이어 침범하며 유럽 안보 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나토 동맹국은 러시아의 도발로 간주하고 대응 마련에 나섰다.

    20일 로이터통신·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러시아 군용기들은 합의된 경로를 벗어난 비행은 하지 않는다"며 "다른 국가의 국경을 침범하지 않았다. 이는 독립적 검증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에스토니아가 '자국 영공 침범'을 주장한 러시아 전투기들은 러시아 북서부에서 칼리닌그라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트해 중립 수역 상공을 비행했다고 덧붙였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전날 러시아 전투기 3대가 자국 영공을 12분간 침범했다며 "전례 없는 뻔뻔한" 침입이라고 규탄했다. 에스토니아는 러시아 미그-31(MiG-31) 전투기 3대는 비행기 위치를 식별할 수 있는 신호 장치를 끈 상태에서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근처 바인들루 섬 상공에 약 12분간 머물렀다고 밝혔다.

    러시아 전투기는 항공교통관제와 교신도 하지 않은 채 에스토니아 영공 최대 9㎞까지 진입했고, 이에 발트해 공역 방어 임무에 참여 중인 이탈리아 공군 F-35 전투기들이 긴급 출격해 러시아기를 추적·격퇴했다. 로이터는 "러시아 항공기의 바인들루 섬 상공 침입은 드물지 않지만, 이번처럼 (머문 시간이) 오래 지속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의도적이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러시아 전투기의 영공 침입 확인 이후 나토 조약 4조 발동을 요청하고, 자국 주재 러시아 대리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나토 조약 제4조는 영토 보존,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 위협을 받은 나토 회원국은 동맹국에 긴급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전투기의 영공 침범은 "명백한 도발"이라고 규정하며 "정치적 협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러시아 전투기의 에스토니아 영공 침범에 대한 대응 조치로 20일 폴란드 영공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폴란드 및 동맹국 군용기를 긴급 출격했다. 폴란드군은 소셜미디어(SNS) X를 통해 "폴란드 및 동맹국 항공기가 현재 우리 영공에서 작전 중"이라며 "지상 기반 방공 및 레이더 정찰 체계도 최고 경계 태세로 격상됐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19일(현지시간) 발트해 상공을 비행 중인 러시아 미그-31(Mig-31) 전투기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는 나토 동맹국 영공을 잇달아 침범하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 10일 러시아 드론 19대가 자국 영공을 침범하자 러시아 드론 3~4대를 격추했다. 이후 나토 조약 4조 발동을 요구해 나토 긴급회의가 열린 바 있다. 지난 14일에는 루마니아 정부가 러시아 드론이 자국 영공을 침범해 50분 동안 비행했고, 해당 드론이 우크라이나 공격용 자폭 드론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EU(유럽연합)와 나토는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번 사건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며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나토 동맹국 영공을 침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토 대변인은 X에 "오늘 러시아 전투기가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했고, 나토는 즉각 대응해 해당 항공기를 요격했다"며 "이는 러시아의 무모한 행동 그리고 나토의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적었다.

    노르웨이 국제문제연구소는 "이번 사건은 시험일 수도 있고, 우연일 수도 있다"며 "며칠 전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입을 고려하면 이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로이터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현지시간으로 19일 오후 이번 사건과 관련 자세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만 답했다. 로이터는 "미국은 앞서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입 때에도 (러시아 비판 등에) 직접 개입하지 않아 일부 나토 회원국 사이에서 트럼프의 방위 공략에 대한 불안이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