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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김정은, "좋은 추억" 언급하며 트럼프에 손짓…APEC계기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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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핵화 포기' 조건으로 대화 가능성 띄워…속내는 '핵보유국 지위 인정' 분석

    李대통령도 "북핵 동결, 임시조치로 현실적 대안"…자칫 '북핵용인' 귀결될 수도

    연합뉴스

    2019년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버리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좌할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치면서 두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이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방한했던 2019년 6월, 그는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번개'를 깜짝 제안했고 이튿날 역사적인 북미 판문점 회동이 성사된 바 있기 때문이다.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한다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특히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좋은 관계에 대해 언급한 적은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재집권을 전후해 수 차례나 김 위원장과 친분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에 호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도 "김정은과 나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가졌고, 여전히 그렇다", "김정은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등의 언급을 했다.

    그러면서 취재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연내'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언급했다.

    시선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물리적 거리가 아주 가까워질 경주 APEC정상회의에 쏠린다. 김정은 위원장이 APEC에 참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두 정상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뭉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최고인민회의서 연설하는 김정은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가 지난 20-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2025.9.22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물론 김 위원장이 '비핵화 포기'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만 보면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이 희박하다.

    한미는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라는 점을 확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한국도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를 위해선 '비핵화 목표'에 대해 어느 정도 유연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목표'와는 별개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로 부르며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현실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한국 또한 비핵화가 목표이긴 하지만,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동결부터 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해 '중단-축소-비핵화'라는 단계적 해법을 내세우고 있다. 비핵화라는 궁극의 목표를 설정해 두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를 내세우지 않고 동결부터 해나가자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해법과 관련, 북핵 동결이 "임시적 비상조치"로서 "실행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핵무기 제거 대신 당분간 핵무기 생산을 동결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도록 하는 것에는 명백한 이점이 있다고 믿는다"고도 강조했다.

    문제는 과거 숱한 협상에서 북미가 비핵화라는 목표에 합의해놓고도 그 첫 단계인 동결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는데, 비핵화라는 목표에 대한 합의도 없이 동결에 나선다는 건 결국 북핵을 용인하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의 목표 또한 대화를 미끼로 미국의 '비핵화 목표'를 포기시켜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으로 대접받으려는 심산이라는 분석이 많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관계 개선이나 정상적인 국가 간 양자의 틀을 만들겠다는 게 북한의 취지"라고 짚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가 '결단'을 내릴지 여부에 따라 북미 정상 간 만남 재개될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의 핵 고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근본적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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