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앞두고 '국가' 인정 잇따라
193개 회원국 중 151개국…이·팔 분쟁 도화선 英 동참
서방 동맹국 단일 대오 깨져…트럼프 행정부, 부정적
프랑스가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할 예정인 가운데 22일(현지시간) 낭트 시청 입구에 팔레스타인 국기가 게양돼 있다.(사진=AFP)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151개국 팔레스타인 국가로 ‘인정’
2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호주, 영국, 포르투갈 등 네 나라는 이날 차례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승인했다. 이에 따라 193개 유엔 회원국 중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147개국에서 151개국으로 늘었다. 주요 7개국(G7) 국가 중 관련 선언을 한 것은 캐나다, 영국이 처음이다.
특히 밸푸어 선언을 작성하고 팔레스타인을 위임통치했던 영국은 외교사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밸푸어 선언은 1917년 아서 밸푸어 당시 영국 외무장관이 유대인의 대표격이었던 월터 로스차일드에게 보낸 서한 형식의 발표다. 영국 내각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을 위한 민족적 고향’(national home) 수립을 지지하고 노력한다는 약속을 담은 선언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도화선으로 지목된다. 영국은 이스라엘의 오랜 동맹국이자 이스라엘의 현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영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상징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발표 시기도 미묘하다. 고위급 회기를 앞두고 친이스라엘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선언하면서 국제 여론도 인권 문제를 이유로 입장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이번주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명단에 더 많은 국가가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국과 마찬가지로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중 하나인 프랑스도 포함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프랑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이번 80주년 유엔총회 고위급회의 첫날 열리는 ‘팔레스타인 문제 평화적 해결과 2국가 해법 이행 위한 고위급 국제회의’의 공동 의장을 맡아 회의를 진행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 지난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팔라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모두의 안전과 평화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포괄적 평화 계획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발표는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문제를 둘러싸고 단일 대오를 형성했던 미국과 유럽 등 서방 동맹국들의 전략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방은 그간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과 폭력적 대립을 포기하고 궁극적으로 ‘두 국가’ 해법을 수용할 경우 국가 승인을 ‘보상’으로 제시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하지만 주요 국가들이 두 국가 해법이나 협상 재개에 사실상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당근이 아니라 이스라엘 정부에 채찍을 휘두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린 후 가자지구 중앙에서 난민 팔레스타인인들이 남쪽으로 피신하고 있다.(사진=로이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스라엘, 반발…트럼프 행정부도 부정적 반응 낼 듯
유럽의 태도 변화에 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요르단강 서안에 팔레스타인 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테러리즘에 대한 부당한 보상”이라며 맹비난했다. 미국 역시 “조건 없는 국가 인정은 지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 지지를 고수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번 유엔 총회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지난 10일 유타주의 대학 캠퍼스에서 피살된 청년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의 피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친이스라엘 극우 세력의 목소리가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키 조하르 이스라엘 문화체육부 장관은 최근 커크 암살 사건과 관련해 “진실에 맞설 수 없는 사악한 겁쟁이들만이 그런 짓을 저지르고 냉혈한 살인을 저지른다”며 “이스라엘의 반유대주의 증오자들이 퍼뜨리는 거짓의 그물에 맞서 찰리가 제기한 중요한 목소리를 증폭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측은 이번 움직임이 국제사회에서 오랫동안 요구해온 자기결정권을 되찾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독일과 일본은 여전히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아랍권과 비동맹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인정에 적극 동의하면서 외교적 대립 구도는 한층 더 복잡해졌다. 아시아 국가들의 입장도 주목된다. 중국과 인도는 이미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으며, 한국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국제 여론과 동맹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