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자본확충의 덫에 갇힌 보험업계②
기본자본 K-ICS 문제 구조/그래픽=김현정 |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 강화를 위해 도입되는 기본자본 K-ICS(킥스) 규제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계약이 늘어날수록 기본자본이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업계에선 '영업할수록 가난해진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핵심은 이익잉여금과 해약환급금준비금의 관계다. 현 제도는 신계약이 체결되면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늘어나 장래 수익성이 개선되지만, 동시에 해약환급금준비금도 쌓아야 한다. 문제는 필요한 준비금이 이익잉여금을 초과할 때다. 부족분은 '현재 고객에게 온전히 줄 수 없는 돈'으로 분류돼 기본자본에서 빠져나가 보완자본으로 이관된다. 보험을 많이 팔수록 기본자본이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가상의 A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이 1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980억원에서 1100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400억원이 기본자본에서 빠져 보완자본으로만 인정되면서 기본자본이 악화한다.
실제로 손해보험 1위사 삼성화재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2023년 말 1조1800억원에서 2024년 말 2조2130억원, 올해 상반기 3조1920억원까지 불어나 1년 반 만에 약 170%(2조12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12조2792억원에서 13조8692억원으로 1조5900억원 증가했지만, 증가 속도가 해약환급금준비금의 가파른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대형사도 언제든 자본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한다.
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준비금에 대한 업계 부담을 고려해 제도를 일부 완화했지만 기본자본 K-ICS에는 긍정적이지 않다. 당초 신계약이 늘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100% 전액 적립해야 했으나 일정 수준 이상 K-ICS 비율을 가진 보험사에는 80%만 쌓도록 했다. 그러나 나머지 20%는 보완자본으로만 분류돼 여전히 기본자본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기본자본 비율 개선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이 같은 역설은 장기보험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장기보험은 보험사의 핵심 수익 기반인데 자본 규제가 영업 확대를 억누르면 판매 위축과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업계 전반의 체력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산업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도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 유상증자가 어려운 보험사가 선택할 수 있는 기본자본은 조건부 신종자본증권 발행이지만 금리가 높아 이자 부담이 크다. 게다가 이자는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만 지급할 수 있어 주주환원과 병행될 경우 재무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결국 보험사들은 자본 여력 부족이나 조달 비용 증가를 이유로 장기·고위험 상품 판매를 줄이거나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의 선택권은 축소된다. 특히 보장성 상품이 위축되면 서민층의 보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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