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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KBS, SBS, MBC)는 지난 1월 네이버가 자사 뉴스콘텐츠를 AI에 무단으로 학습하는 등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소를 제기했다.
먼저, 방송3사는 네이버가 AI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무단으로 뉴스콘텐츠를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비교적 쉽게 작성이 가능한 보도자료 기반 기사가 아닌 ‘탐사보도’ 등 품이 들어가는 기사도 일괄적으로 학습해 사용하는 등 정당한 대가 없이 성과물을 AI 서비스 개발 과정에 사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반면 네이버는 뉴스제휴 약관에 따라 제공 받은 뉴스를 정당하게 사용했으며, 명시되지 않은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1차변론 기일에서는 ‘네이버가 사용한 뉴스콘텐츠 범위 특정’ ‘뉴스제휴약관 해석’ 등이 쟁점으로 구체화된 바 있다. 양 측은 오는 11월6일 열리는 2차 변론기일에 공방을 이어갈 예정이다.
◆방송사가 지핀 AI 저작권 첫 분쟁사례…‘협상 카드·뉴스가치 방어’
AI는 학습 과정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웹크롤링(웹 페이지 내 데이터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학습하게 된다. 개발 과정에서 학습하는 것은 물론, 실시간 정보를 업데이트를 위한 검색증강생성(RAG) 등에서도 관련 데이터를 추출할 수도 있다.
문제는 현재 AI 학습과 관련해 뉴스콘텐츠를 비롯한 다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사회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합의된 지점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콘텐츠까지 AI 학습을 허용하는 것이 올바른지, 콘텐츠 제작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대가는 무엇인지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된 터라 파편적인 협상 사례만 존재할 뿐 정해진 가이드라인이나 제도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방송3사는 우선적으로 콘텐츠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소송은 국내에서 나온 첫 AI 저작권 사례다. 뉴스콘텐츠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3사가 AI 저작권 관련 첫 법정 공방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뉴스콘텐츠 가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끌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AI 저작권 정책 논의 과정에 콘텐츠 제작자 관점 시각을 전달하는 창구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현재 정부에서는 AI 발전을 최대 지상 과업으로 보고 있는 상황, AI 기업의 원활한 데이터 수급을 위해 각종 규제 완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방송3사 입장에서 자칫 완화된 규제 아래 뉴스콘텐츠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1차 변론기일 직전인 지난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AI 저작권 규제 정비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이날 논의에서는 AI 저작권과 관련해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 면책 규정 등이 언급됐다. TDM면책규정은 연구·분석을 위해 저작물을 기계가 대량 복제·추출·분석하는 행위를, 일정 요건 하에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도록 예외를 두는 것이다.
더불어 업계에서는 방송3사가 이번 분쟁을 ‘협상카드’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는 이미 방송사와 콘텐츠 사용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다. 소송에 참여한 방송3사 중 KBS는 지난 7월 네이버와 ‘AI 분야 포괄적 업무제휴 양해각서 체결식’을 진행한 바 있다. 네이버는 AI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고, KBS는 다양한 학습용 콘텐츠를 제공해 AI 기반 첨단 미디어 기술, 콘텐츠, 서비스 개발을 위해 논의를 이어간다는 내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네이버와 방송사는 학습용 데이터 제공 등과 관련해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향후 네이버와 방송사가 원만한 협상을 진행하게 될 경우 이번 소송도 자연스럽게 취하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AI 학습 약관 두고 재차 논란…개별협상으로 타개 가능할까
네이버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자체 AI 모델 개발 능력을 보유 중인 기업이다. 그런 네이버 입장에서 뉴스 콘텐츠와 같은 기초적인 데이터는 각종 서비스 개발을 위해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대부분 기업에서 AI 서비스로 검색 채팅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당 경쟁에서 네이버가 가져갈 수 있는 강점은 단연 압도적인 데이터 보유량이다.
그러나 방송3사의 소송제기는 이러한 네이버의 강점에 제동을 거는 핵심 장벽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 불분명한 데이터 권리 체계와 콘텐츠의 AI 학습 허용 문제는 자유로운 AI 개발의 제약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갈등 주체가 언론사인 점도 부담스럽다. 자칫 기업의 부정적인 인식이 부각되는 등 다양한 리스크를 마주해야 할 수도 있다.
일단 네이버가 첫 변론기일에 선택한 돌파구는 ‘약관’이다. 네이버와 언론사는 네이버 뉴스페이지 및 검색 등에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제휴를 체결한 상태다.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공급하고 사용할지에 대한 내용이 뉴스제휴 약관에 담겼다.
아직 어떤 콘텐츠 사용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인지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설령 사용했다 하더라도 뉴스제휴 약관을 근거로 네이버는 언론사로부터 콘텐츠 사용 권한을 제공받았다는 것이 네이버 측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이를 활용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다만, 약관 해석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한 바 있다. 방송3사는 이에 다시 해당 약관은 AI 학습을 목적으로 체결한 약관이 아니라며, 무단 사용이 맞다는 취지로 반박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이번 분쟁에 앞서 이미 한 차례 AI 학습 관련 약관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네이버 가입 과정에 명시되는 약관이 문제되기도 했다. 가입을 위해 동의해야만 하는 약관에 ‘블로그나 카페에 이용자가 작성한 콘텐츠’를 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약관이 포함된 것이 화근이었다. 불공정한 약관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으며, 공정위에서도 불공정약관 여부 조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에 네이버는 지난 7월 해당 약관을 ‘비공개로 설정된 콘텐츠는 학습에 쓰지 않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네이버 입장에서 약관을 두고 반복되는 문제가 선결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 정책 등에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정부는 AI 시장 기업 의견을 청취 중인 상황이다. 그 과정에는 ‘AI 학습용 저작권 표준계약서’ 등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정부 주도 데이터 거래 인프라 구축 계획도 언급되면서 각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정책적 변화가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개최된 ‘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인터넷 데이터는 이미 대부분 학습에 쓰였고, 지금은 인터넷에서 구할 수 없는 데이터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말에 공감한다”며 “(AI 학습 데이터 수급)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개별 협상 중요도도 높아졌다. 소송 중에도 원고 측인 KBS와 협상 물꼬를 튼 상황, 방송사 별 원만한 협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대 기업 민사 소송인 만큼, 소송 도중 협상에 성공할 경우 비용·시간 낭비를 줄이고 리스크 제거가 가능할 것이란 게 전문가 분석이다.
또, 자칫 소송을 끝까지 끌고 갔다가 불리한 판결을 받게 될 경우, 판례에 기반한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AI 저작권을 둘러싼 첫 소송인 만큼 해당 판례가 단순히 네이버-방송사 사례에 그치지 않고, 더 나가 AI 기업 전체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저작권 불확실성 문제는 정책 간담회 및 의경 청취 현장에서 항상 지적되는 사안”이라며 “제작자 저작권도 존중돼야 할 부분이지만, 관련해 합리적인 보상 체계 및 계약 체계가 빨리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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