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비행… 델리공항 서성이다 발견
당국 조사서 "호기심에 저지른 일" 진술
지상에 착륙해 있는 항공기 하부의 랜딩기어가 내려와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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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13세 소년이 국제선 여객기의 랜딩기어 부분에 '탑승'한 상태로 1,000㎞ 이상 떨어진 인도 델리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난민들이 종종 사용하는 '탈출' 수법이긴 하지만, 극심한 저온 또는 호흡 곤란 등으로 인해 대부분 사망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행위라는 점에서 기적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인도 매체 NDTV와 ANI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북부 쿤두즈주(州) 출신인 이 소년은 지난 21일 오전 카불국제공항에 몰래 들어간 뒤, 활주로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프간 항공사 '캄에어' 소속 델리행 여객기 RQ4401편의 랜딩기어 부분에 몸을 숨겼다.
그 상태로 이륙한 여객기는 약 2시간 뒤 델리의 인디라간디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소년은 도착 직후 자신이 몸을 맡겼던 여객기 옆에서 배회하다 같은 날 오전 11시 10분쯤 공항 당국에 발견돼 조사를 받았다. NDTV는 "이 소년은 조사 과정에서 '호기심에 저지른 일'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당연히 비행기 티켓도 소지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캄에어 보안팀은 소년이 조사받는 동안 해당 항공기를 점검했으며, 안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매체인 타임스오브인디아(TOI)는 "소년은 조사 절차 등이 끝난 뒤 그날 아프간으로 돌아가는 캄에어의 RQ4402편을 타고 카불로 송환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누리꾼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이 소식을 전한 TOI 기사에는 "소년이 비행 중 강한 바람과 영하 20도의 기온을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 "착륙 중 랜딩기어가 조작돼 기체 밖으로 튕겨 나갈 수도 있었다. 살아남은 게 기적" 등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비행 중 랜딩기어 내부 온도는 영하 20~50도에 이르고 산소 농도도 극도로 낮은 탓에, 이곳에 탑승할 경우 호흡 곤란·의식 상실·사망 등을 유발하곤 한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조사 결과, 1974~2021년 민간 항공기 랜딩기어 수납공간에 숨어서 탑승한 사람(132명)들 중 사망률은 77%에 달했다.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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