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창립 25주년 포럼 개최
업계·학계 "신약 치료 접근성 높여야" 한목소리
한국의 신약 접근성/그래픽=윤선정 |
글로벌 시장에 신약이 처음 출시 이후 1년 이내 한국에서도 출시될 확률이 5%에 불과했다. 허가받고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치료받기까지는 평균 4년가량(46개월)이 걸린다. 그나마 최근 10년간(2012~2021년) 나온 신약 중 5개 중 1개만이 급여 획득에 성공했다.
신약이 개발됐다는 뉴스에 수많은 암·희귀·난치 환자가 '삶의 연장'을 기대하지만 출시 지연과 경제적 문제로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환자와 학계, 업계에서는 건강보험 급여에 신약의 비중을 높이고 그 외 약품비는 줄이는 '지출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울러 기존의 비용효과성을 넘어 가족 부담 완화, 건강 불평등 개선 등 '사회적·임상적 가치'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암, 희귀질환 '보장성' 더 약해
━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이하 KRPIA)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24일 '환자를 위한 정책포럼'을 열어 한국의 낮은 신약 접근성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KRPIA는 MSD, 존슨앤드존슨(J&J), 모더나, 화이자, 암젠 등 50여개 글로벌 제약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단체다.
이날 '신약의 글로벌 환자 접근성 현황'을 주제로 발표한 최인화 KRPIA 전무는 '글로벌 신약 접근 보고서'와 '미국 제약 연구 및 제조사 협회'(PhRMA, 2023) 등을 인용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신약 허가율·급여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사진=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2~2021년 미국, 유럽, 일본에 허가된 신약 460개의 OECD 국가 허가율은 41%지만 우리나라는 33%에 그친다. 124개 항암 신약은 49% 대 30%, 209개 희귀질환은 44% 대 14%로 격차가 더 크다.
허가 후 급여 비율도 비슷하다. OECD 평균은 29%지만 우리나라는 22%다. 암(36% 대 23%), 희귀질환(32% 대 12%) 역시 차이가 크다. 최 전무가 공유한 유승래 동덕여대 약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7~2022년 우리나라 총 약품비 대비 신약의 지출 비중은 13.5%로 OECD 평균(33.9%)의 절반이 안된다.
최인화 전무는 "긴박하게 치료해야 하는 암이나 희귀질환에 신약 접근성이 더 떨어지는 데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환자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신약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건강보험 지출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신약 가치 평가, 경제성에만 국한해선 안 돼"
━
건강보험 급여 과정은 복잡하고 까다롭다. 재정 규모가 정해진 만큼 허가는 물론 급여가 지연될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비용효과성을 우선시하는 평가체계도 비교할만한 치료제가 드문 신약 도입에 '장벽'이 되고 있다.
건강보험의 지출구조 개선과 더불어 평가 기준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김혜린 삼육대 약학과 교수는 이날 발표자로 나서 "기존 HTA(의료기술 평가)에서 고려되는 CEA(비용효과성 분석)이나 QALY(생존기간과 건강의 질을 모두 분석하는 지표)로는 혁신 신약의 사회적·임상적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며 "새로운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통된 인식"이라 말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24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채빛섬에서 ‘'환자를 위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영신 협회 부회장이 환영사하는 모습./사진=박정렬 기자 |
실제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은 질병의 중증도를 평가해 가중치를 두고 있다. 유럽 외에도 호주, 캐나다에서 가족 파급효과, 생산성, 형평성 등이 HTA 지침에 포함돼 다뤄진다. 비용효과성이 여전히 '핵심 가치 요소'이지만 이 밖에 △간병하는 가족의 부담 경감(가족 파급효과) △중증도가 높을수록 신약의 건강개선 효과가 크다는 점(중증도) △보편적 의료혜택을 통한 건강 불평등 해소(형평성) 등 다른 측면에서도 신약의 가치를 평가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김혜린 교수는 "가치 요소는 개념적이라 제도화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지만 국제적으로 형평성이나 중증도 등은 중요한 가치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며 "가중치를 어떻게 둘 것인지 등 우리나라도 사회적 합의를 시작할 때"라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