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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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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 사투리와 오페라의 만남···국립오페라단 창작 오페라 ‘화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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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오페라 ‘화전가’ 포스터. 국립오페라단 제공


    “빌것도 없는 인새이 와 이래 힘드노?”(별것도 없는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들어?)

    경상도 북부 지역 사투리가 등장하는 국립오페라단 창작 오페라 ‘화전가’가 다음달 25∼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 ‘화전가’는 동명 연극을 오페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한국전쟁 직전인 1950년 4월 경북 안동에 사는 여성들의 삶을 그린다. 김씨, 고모, 세 딸과 며느리들, 마을 여성들 등 모두 아홉명이 김씨의 환갑잔치를 위해 모인다. 김씨가 잔치 대신 ‘화전놀이’를 가자고 제안한다.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감돌던 시기, 화전놀이를 간 여성들은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지만 거기에는 시대의 아픔이 배어 있다.

    마을 남성들은 시대의 격랑에 휘말려 죽었거나 감옥에 있다. 김씨의 시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 사망했다. 아들들은 이념 대립 속에서 수감되거나 생사가 불분명하다. 오페라는 여성의 강인함, 연대, 희망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남성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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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전가’는 1950년 4월 전쟁 직전의 경북 안동을 배경으로 한 아홉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다. 사진은 2020년 상연된 동명의 연극의 한 장면.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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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지난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딸 등 아홉 명의 여성들이 화전을 부치며 삶을 나누는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세대와 공동체를 다시 성찰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작가 배삼식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연극은 2020년 국립극단 70주년 기념 공연으로 제작돼 현대사의 상흔을 아름다운 감각으로 풀어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조기 종료된 바 있다.

    오페라는 원작 대본을 최대한 그대로 반영할 예정이다. 오페라에선 연극과 달리 코러스가 무대에 올라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코러스는 1950년 당시의 정서와 상황을 표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은 원작 연극에서와 마찬가지로 안동 지역 사투리가 적극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성악가들은 ‘화전가’의 아리아는 표준말로 부르지만 대사는 모두 사투리로 한다. 작곡을 맡은 최우정 서울대 교수는 제작발표회에서 “본래 사투리는 표준어에 비해 훨씬 음악적”이라면서 “(억양의) 높고 낮음이 확연해서 일상의 언어보다 (음악적으로) 몇 배는 고양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오페라 ‘화전가’는 극본 배삼식, 작곡 최우정, 연출·안무 정영두라는 ‘삼인방’이 모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최우정은 자타공인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극음악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배삼식은 ‘공연계 흥행보증수표’로 불린다. 정영두는 안무가로 출발해 음악극 ‘벽을 뚫는 남자’ ‘적로’ 등을 연출하며 현대와 전통의 간극을 좁혀 왔는데 이번 ‘화전가’를 통해 오페라 연출가로 데뷔한다. 그는 지난 3월 창극 ‘리어’로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상인 로런스 올리비에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독일 오스나브뤼크 시립극장 최초로 동양인 상임지휘자로 발탁된 바 있는 송안훈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예정이다.

    무대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바람에 날리는 치맛자락과 안방, 대청마루,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정자나무 아래 등 여러 공간들을 무대에서 구현할 예정이다.

    김씨 역은 데뷔 30주년을 맞은 한국 대표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이 맡는다. 고모 역은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큰며느리 장림댁은 소프라노 최혜경, 큰딸 금실이 역은 소프라노 오예은, 둘째 딸 박실이 역은 소프라노 이미영이 맡는다. 봉아 역은 소프라노 윤상아, 둘째 며느리인 영주댁은 소프라노 김수정, 독골할매 역엔 메조소프라노 임은경, 홍다리댁 역에는 소프라노 양제경이 출연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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