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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비바람 눈보라로 매무시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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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무주 삼공리 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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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종류 가운데 반송이 있다. 줄기가 땅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부챗살처럼 넓게 펼치며 자라는 소나무다. 삿갓처럼 나뭇가지를 펼친다 해서 ‘삿갓솔’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사방으로 고르게 나뭇가지를 뻗는 대개의 반송은 작지만 아름다운 수형으로 자란다. 높지거니 자라는 소나무와 달리 사람살이 가까이에 심어 키우기 좋은 나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집 안 정원이나 묘지 앞에 심어 가꾼 것도 그래서다.

    대개의 반송이 단아하고 아름답게 자라지만, 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널리 알려진 나무가 ‘무주 삼공리 반송’이다. 나무 높이 22m, 뿌리 근처 둘레 7m에 이르는 이 거목은 누군가 정성을 다해 다듬어낸 듯한 원형의 수형이 단정하면서도 아름답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1982년에 나이를 350년쯤으로 추정했으니, 지금은 대략 400년쯤 됐다고 볼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약 200년 전 이 마을의 한 어른이 옮겨 심었다고 말한다. 마을의 안녕을 바라며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은 옛 사람을 기억하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정성과 의지가 담긴 이야기이겠다.

    무주 삼공리 반송은 ‘구천송(九千松)’ 혹은 ‘만지송(萬枝松)’으로 불리기도 한다. 구천동 계곡으로 들어서는 초입에 서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하늘 향해 뻗은 나뭇가지가 구천 개, 만 개에 이를 만큼 풍요로운 자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을 뒷동산 마루에 서 있는 이 나무는 마을 앞 도로를 지나면서도 또렷이 내다보인다. 풍경은 좋지만, 나무에는 매우 불리한 자리다. 동산 위로 불어오는 비바람, 눈보라를 온몸으로 맞서며 살아야 한다. 아무 대책 없이 생명의 위협에 노출된 곳이다.

    그러나 비바람에 깎이고, 눈보라로 다듬어진 고통의 흔적이 쌓여 지금의 아름다운 생김새를 이뤄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세월 지날수록 더 깊고 견고해지는 무주 삼공리 반송의 아름다움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야 할 즈음이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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