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용 중심, 아이폰 중국 내수 물량도 노리나
中 정부 지원+애플 전략, 글로벌 판도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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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와의 소송전과 무관하게 8.6세대 OLED 라인 증설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발표한 1~2단계(총 11조원 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가운데, 당초 보류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했던 3~4라인 추진 여부를 내부적으로 다시 논의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중국 정부의 지원과 애플의 중국향 전략이 맞물리면서, BOE의 OLED 시장 공세가 한층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 2단계까지 11조원 투자, 3~4단계 논의 착수 = 24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BOE는 쓰촨성 청두에 8.6세대 AMOLED 라인을 건설 중이다. 당초 발표된 총 투자 규모는 약 630억위안(약 11조원)으로, 1~2단계를 통해 월 3만2000장(2290×2620㎜ 기준)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1단계(1~2라인)와 2단계(3~4라인) 공사가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며, 특히 2단계 착수 여부를 두고 그간 대외 환경 때문에 보류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내부적으로 추진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1~2라인으로도 초기 목표 캐파를 충족할 수 있지만, 3~4라인까지 이어갈 경우 중국 내수와 애플 수요에 보다 직접 대응하려는 전략적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8.6세대 OLED는 본래 노트북·태블릿 등 IT 기기용으로 최적화된 라인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BOE가 일부 물량을 스마트폰용으로도 적용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는 애플 아이폰의 중국 내수 물량과 연계된 시나리오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애플이 글로벌 메인 공급망과 별도로 중국 내수 판매분 일부를 BOE 공급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미국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의 직접적 연관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어, 초기 적용 범위는 중국 내수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 中 정부 지원+애플 전략, BOE '양날개' = 중국 정부의 지방 투자 유치 정책은 BOE의 추가 투자 명분을 뒷받침한다. 광저우·허페이·청두 등 주요 거점 지방정부는 디스플레이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며 금융·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BOE는 단기간 투자 회수에 대한 부담을 덜고, 정부 보조금을 토대로 공격적 증설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셈이다.
여기에 애플이 중국 내수 물량을 별도 공급망으로 운영하려는 전략과 맞물리면서 BOE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BOE가 애플 내수 물량을 잡으면 글로벌 브랜드 레퍼런스를 유지할 수 있고, 동시에 중국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BOE의 투자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OLED 공급망 재편은 불가피하다. 현재 프리미엄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해왔지만, BOE가 8.6세대 OLED를 기반으로 IT와 모바일 양쪽을 동시에 공략할 경우 가격 경쟁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애플향 물량이 일정 부분 현실화되면, 삼성⋅LG디스플레이의 북미 중심 공급망과 BOE의 중국 내수 공급망이 '투트랙'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단순히 한 기업의 증설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OLED 판도를 흔드는 구조적 변화다.
업계 관계자는 "BOE의 3~4 라인 투자 단행은 애플 전략과 중국 정부 지원을 동시에 업은 행보"라며 "삼성과 LG디스플레이가 기술 차별화와 프리미엄 라인업 강화를 지속하지 못한다면 점유율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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