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색된 샤워기 필터. 광주시 맘카페 캡처 |
“수십 분 만에 필터가 갈색으로 변하니 불안해서 못 씻겠네요.”
24일 오전 경기 광주시 태전동의 한 아파트. 김정현씨(43·가명)는 세수를 하던 중 물이 탁해진 것을 발견했다. 이상한 느낌에 세면대 아래 설치된 투명 필터를 확인해 보니, 짙은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평소 물을 받아 손을 씻고 세수를 하는 곳이라 충격은 더 컸다. 김씨는 “새 필터를 끼운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벌써 이 모양”이라며 “이 물로 아이 얼굴을 씻겨도 되나 싶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산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강정민씨(32)도 샤워기를 집어든 순간, 손잡이 아래 투명한 원통형 필터가 갈색으로 뿌옇게 변해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어제 밤에 필터를 갈아 끼우고 오늘 아침 다시 보니 이렇게 변해있다”며 “아이들이 머리 감을 때 물을 쓰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광주시 곳곳에서 혼탁한 수돗물이 나왔다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달 초 태전동, 오포동 아파트 단지에서 탁수 발생 민원이 접수된 데 이어 20일에는 송정·경안·고산·추자동 지역에서도 유사한 민원이 제기됐다.
특히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물이 너무 탁한데 씻어도 되냐”, “싱크대 필터가 하루 만에 갈색으로 변했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불안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22일 부시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시는 우선 탁수 민원이 제기된 수돗물을 공급하는 관내 제3정수장 관리 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와 협력해 해당 지역 수돗물 공급관로 내부 세척작업을 하고, 민원이 발생한 지역을 찾아가 이동형 계측기로 수돗물 수질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58개 항목 수질을 검사하는 정밀 조사에 착수하고, 민원 발생 가정에서 제기한 수돗물 필터 변색 원인도 규명하기로 했다.
시는 올해 여름 기록적인 고온으로 팔당호에 녹조(조류)가 발생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이상기후가 상수원 수질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내린 비로 유속이 빨라지면서 상수도관 내 침전물이 뒤섞여 탁도가 악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시는 피해 가구를 대상으로 무료 수질검사를 제공하고,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시 관계자는 “정수장 수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관로나 가정 내부에서 탁도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시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유관기관과 협력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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