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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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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BM4 임박·범용 D램 꿈틀…다가 온 삼성전자 반등 신호탄 [소부장반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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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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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인공지능(AI) 인프라 적기 대응 실패로 쓴맛을 봤던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실적에 파란 불이 켜졌다. 메모리 생산이 AI 인프라에 집중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줄었고, 이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기대감이 오른 영향이다. 특히 시장 진입이 늦었던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의 수주 기대감도 확대되고 있어 다시금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5.2% 오른 9조6687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저점을 찍었던 올해 2분기 대비로는 약 2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5.2% 급감한 4조6761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7월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플립7·폴드7 출시 효과가 지속된 가운데, 지속적으로 부진했던 DS부문 실적이 개선되면서 이같은 전망이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저승사자'로 불렸던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HBM의 기회 확대, AI 서버 및 모바일 D램 수요 확대에 따른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세를 점치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세를 예측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실적 개선 기대감의 주 요인은 D램이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IT 수요 둔화와 메모리 재고 급상승으로 수년 간 침체됐던 D램 시장이 AI 인프라에 집중된 생산과 지속적인 재고 소진, 온디바이스 AI 기기 출시 등을 계기로 가격 반등이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특히 범용 서버나 PC 등에 여전히 활용 중인 DDR4 기반의 D램에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잇따른 D램의 가격 상승을 내다봤다. 25일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HBM을 포함한 D램 가격이 전분기 대비 13~18%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같은 기간 HBM을 제외한 범용 D램 역시 8~13% 상승하며 순풍을 기대했다.

    AI 인프라로 촉발된 메모리 다양화도 실적 상승 기대감에 한몫한 모양새다. 온디바이스 AI 확대에 따른 LPDDR(저전력DDR) D램 수요 증가, 일부 추론용 AI칩과 내년 엔비디아가 출시할 '루빈'에 사용될 그래픽DDR(GDDR) D램 등의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신 제품인 GDDR7의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어 이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의 높은 실적도 영향을 줬다. 마이크론은 23일(현지시간) 해당 매출이 113억1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11억5000만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26.6% 늘어난 39억5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와 범용 D램, 낸드플래시 등 고른 부분에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본격 양산할 HBM4에 대한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봤다. 메모리 3사 중 유일하게 10나노 6세대(1c) D램을 적용하면서 전력 효율과 데이터 처리 성능을 상당 부분 개선했고, 4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베이스 다이를 채택하면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 상태다.

    당초 삼성전자는 1a(10나노 4세대) D램을 적용한 HBM3E에서 수율 안정화, 성능 향상에 어려움을 겪으며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 추격은 물론, 마이크론에게 추격을 허용하는 등 내부적인 위기감이 커진 상태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4일 공개한 올해 2분기 HBM 시장 출하량 기준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가 62%,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를 기록하면서 삼성전자가 저조한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a D램 재설계로 HBM3E의 경쟁력을 다시금 확보해 비(非)엔비디아 진영으로의 공급을 확정지은 상황"이라며 "고대했던 엔비디아로의 품질 테스트 통과가 이뤄진다면 HBM3E, 내년 HBM4 등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수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미 관세 협상과 미중 무역 갈등이 될 전망이다. 실무 협상 단계에 접어든 양국간 관세·투자 논의가 교착 상태에 이르며 25%의 상호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최대 100%로 예상되는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국 정부는 이와 관련 '최혜국 대우'를 미국으로부터 약속 받은 상황이나 실질적인 협정 체결 등 결과가 나오지는 않은 상태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상호관세나 품목관세가 지금 당장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생산 공급망에 따른 불이익을 볼 우려도 적지 않다"며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도 미국 내 D램·낸드 생산 공장이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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