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내무부, 철거 명령 내려
"공공건물에 정치적 의견 금지"
22일 프랑스 생드니 시장 관저 외벽에 프랑스 국기, 유럽연합 깃발과 더불어 팔레스타인 국기(가운데)가 게양돼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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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한 이후, 중앙 정부와 지자체장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의미로 지자체 청사에 국기를 게양하자 정부가 현행법상 ‘중립의 의무’를 위반한다며 철거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국기를 내걸었던 지자체장들은 “우크라이나 국기는 되는데 왜 팔레스타인 국기는 안 되냐”며 반발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밤 프랑스 전역의 지자체 관청 86곳에 팔레스타인 국기가 게양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한 것을 축하하는 차원이다.
그러나 다음 날 이 국기들은 강제로 내려졌다. 프랑스 내무부가 철거 지시를 내린 것이다. 프랑스 현행법상 공공 건물에 정치적, 종교적, 철학적 의견을 게시하는 행위는 금지된다는 이유다. 그러나 지자체장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기념하고 연대하려는 메시지를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이전에도 내무부가 지자체의 팔레스타인 국가 게양 행위를 제지하긴 했지만 팔레스타인을 공식적으로 국가로 인정한 후에도 문제 삼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국기 게양은 가능한데 왜 팔레스타인 국기만 문제 삼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파리시는 2023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월 24일에 에펠탑 조명을 우크라이나 국기색으로 점등해 왔다.
파리 북동쪽에 위치한 라 쿠르뇌브의 시장 질 푸는 “우리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했을 때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며 “자유나 평등, 박애란 가치에는 중립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파리 외곽에 있는 낭테르 시장인 라파엘 아당도 “정부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는데도 지자체에 국기를 게양하지 말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프랑스 내무부는 로이터에 “가자전쟁이 프랑스에서 시위와 긴장을 촉발했다”며 “때문에 공공 건물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게양하면 대중이 불안해할 수 있다”’고 단속의 이유를 밝혔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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