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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이 지난 2022년 9월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에서 강조했던 말이다. 당시 국정자원은 대전 본원에 화재나 지진 등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도 다른 센터로 즉각 전환이 가능하며, 재해복구 시스템을 통해 3시간 이내 정상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자신 있게 내세웠다. “카카오 먹통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담이었다.
하지만 26일 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 같은 약속이 현실과는 달랐음을 보여줬다. UPS(무정전 전원장치)실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연기를 내뿜으며 전산망 전체를 흔들었다. 불길은 2시간여 만에 진화됐지만, 정부24, 국민신문고, 모바일 신분증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디지털 정부 서비스 70여 개가 일시에 중단됐다. 중앙부처 홈페이지와 공무원 메일 시스템도 장애를 겪었다.
행정안전부는 즉각 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하고 복구 작업에 착수했지만, “실시간 상호 백업으로 장애 없는 운영이 가능하다”던 기존 설명과 달리 복구는 더디게 진행됐다. 현재 시스템은 27일 새벽까지도 정상화되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국가정보자원관리 체계 전반을 돌아보게 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대전 본원과 광주센터 간 실시간 백업 체계를 구축하고, 추가로 재해복구 전용 공주센터를 2024년부터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대전·광주센터가 동시에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번 화재에서 드러난 것은 ‘제도와 설계’가 아닌 ‘실제 운용 과정의 허점’이었다. 전원 공급 차질이 전체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취약성, 백업 전환 속도의 한계 등이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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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문가들은 UPS에 집중된 위험성을 지적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고밀도와 효율성은 뛰어나지만, 과열·충전 불균형 시 발화 위험이 크다. 카카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2022년) 역시 UPS 배터리 문제에서 비롯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데이터센터가 유사한 구조를 유지한 것은 안일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재해복구 훈련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3시간 내 복구”라는 수치는 제시됐지만, 실제 전환과정에서는 복잡한 서비스 연결과 데이터 무결성 검증 절차로 인해 지연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가 강조해온 “카카오 먹통은 없다”는 말은 이번 사태로 무너졌다.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안전성, 백업 전환 속도, 그리고 위기 대응 프로토콜 모두 다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주센터 건립과 실시간 백업 확대가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현장에서 드러난 한계와 병목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센터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UPS 구조 개선 ▲AI 기반 전력·발열 모니터링 도입 ▲정기적인 모의 복구 훈련 등 실질적 개선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 스스로 “카카오 먹통 같은 사태는 없다”고 장담했던 그 날의 약속이 이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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