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美포테그라인수
인구 감소에 규제까지 이중고
해외 사업 외면시 해법 없어
미국 차보험 공략 확대하고
특수보험 역량 한국에 이식
인구 감소에 규제까지 이중고
해외 사업 외면시 해법 없어
미국 차보험 공략 확대하고
특수보험 역량 한국에 이식
DB손보 본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DB손해보험이 2조3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포테그라를 인수하며 북미와 유럽 등 주요 보험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보험사는 그간 동남아시아의 보험사를 인수하거나 영미권의 주요 금융사 소수 지분을 사들이는 식으로 해외 인수·합병(M&A)을 진행해왔으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DB손보는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이 큰 보험사를 인수함으로써 향후 미국은 물론 여타 국가로 확장할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DB손보가 이번 인수에 투입하는 금액은 연간 당기순이익보다 5000억원이나 더 많은 수준이다. 거대 자본을 들여 거래를 맺은 건 그만큼 국내 보험 시장이 정체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 이상 한국 시장에 안주해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도가 모두 빨라지는 데다가 각종 상생금융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보험료 책정도 용이하지 않아 시장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DB손보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는 국내 전체 손보사가 올해 65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담한 예측까지 나온다. 몇 년 새 기상이변이 심해지며 자동차 침수 사고 등이 급증했지만, 상생금융 압박에 따라 4년간 자동차보험료를 높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경상환자 8주 이상 치료에 제한을 두는 등 차보험 손해율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보험사도 해외 시장 진출 등으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테그라 그룹 인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타개책으로 단행됐다. 특수한 사고를 보상하는 스페셜티 보험, 신용∙보증보험, 보증 등 보험 관련 서비스 사업을 3대 축으로 삼아 미국 전역과 유럽 8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포테그라그룹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활동하고 있고, 국내 보험사들과 비교해도 수익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니치 마켓을 겨냥하는 상품도 호응을 얻고 있다. 아시아인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보험, 소형 로펌을 비롯한 전문가 그룹을 겨냥하는 전문인배상책임 보험 등이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맞춤형으로 만들어내는 데 역량을 갖췄다.
보험사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평균 합산비율이 있는데, 이는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쳐 계산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보험사의 이익이 많다는 의미가 되는데, 국내 보험사 대부분이 90%대 후반인 것과 달리 포테그라는 90%대 초반을 유지 중이다.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이다. 미국 보험업계에 따르면 포테그라 주력 사업인 상업용 스페셜티 보험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6.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차보험 시장의 성장률인 5.6%와 비교해 3배 수준이다.
포테그라를 통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으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있다. DB손보는 미국에서 뉴욕지점을 중심으로 상업용 건물 종합보험, 개인용 주택화재보험, 상업용 운송트럭 자동차보험 등을 판매 중이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 특수 보험 사업까지 갖추며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포테그라그룹이 유럽에도 진출해 직전 5년간 연평균 35%의 속도로 신장해온 만큼 영국, 프랑스 등으로의 진출도 도모해볼 수 있다.
DB손보의 포테그라 투자는 경영권 거래라는 점에서도 관심받는다. 국내 보험사는 해외에 투자할 때 주로 소수지분만 사들여 배당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택해왔다. 이 방법은 한 번에 거대 자본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 부담이 크지 않지만 이사회에서 발언권을 갖기가 힘들어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DB손보는 경영권을 쥐고 향후 포테그라 운영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