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1 (목)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기자수첩] 투자 위험은 큰데 돌려주는 수익은 작은 한국 증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조은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스피지수가 올해 들어 40% 넘게 오르며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증시를 설명할 때마다 따라붙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는 최근 상승장을 탈출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올해 3분기(7~9월)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순매도한 규모(18조원 추정)는 거래소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가 단순 심리나 수급 문제가 아닌 ‘구조적 함수의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기업이 자기 자본으로 벌어들인 돈(ROE)을 할인율(COE)로 나눈 값에 비례하는데, 한국의 경우 분모인 할인율이 높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PBR이 오랜 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단 설명이다.

    할인율(COE)은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며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익률이자, 기업이 자본을 조달할 때 부담하는 비용을 뜻한다. 할인율이 높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 수익을 불확실하게 본다는 의미로, 그 결과 기업 가치는 시장에서 낮게 평가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의 할인율을 평균 11.5%로 추산했다. 선진국(8.9%), 신흥국(10.9%) 평균 모두를 웃도는 규모다.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로부터 돌아올 수익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상장사가 실제 달성한 총주주수익률(현금 배당을 반영한 주가수익률)은 7.3%에 그쳐 투자자 기대(11.5%)에 크게 밑돌았다.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위험 수준에 비해 국내 상장사가 돌려주는 돈은 턱없이 부족했던 셈이다.

    장기간 주주가 요구하는 수준의 수익률을 충족하지 못하면, 투자자는 불확실한 보상에 대해 더 높은 할인율을 요구하게 된다. 결국 기업의 자본 비용이 높은 수준에 고착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남은 과제는 높은 수준의 할인율을 낮추고, 동시에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ROE)은 끌어올려 주주가치 제고에 집중하는 것이다. 최근 논의되는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강관우 모건스탠리 전 이사는 최근 저서에서 시장 재평가를 두고 “단순한 재인식이 아니라 수익성과 위험 구조의 개선을 전제로 한 함수적 결과”라고 썼다. 진정한 프리미엄은 기대감에 달아오른 증시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과감한 혁신 투자로 수익성을 높이고, 위험을 감수한 주주에게 정당한 몫을 돌려주는 ‘신뢰의 축적’에서 비롯된다. 그 신뢰야말로 프리미엄의 유일한 기반이다.

    조은서 기자(joheu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