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험사 채권 순매수액 중 국채 비중 80%…2년 만에 29%P↑
금융당국, 투자 위험계수 낮춰 생산적 금융 유도하지만 한계 분명
"생산적 금융 동참 위해선 보험 회계 등 종합 고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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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금융권에 '생산적 금융'이 화두다. 은행권에서는 벌써 8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분주하지만 보험권에서는 눈치 보는 기색이 역력하다. 잇단 자본건전성 규제로 배당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추가 투자까지 나서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보험 회계 관련 근본적인 규제 개선 없이는 보험권의 생산적 금융 참여가 어려울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8월 보험사의 국내 채권 순매수액은 17조198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3% 증가했다. 이 중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80%로 최근 4년 새 가장 높았다.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2023년 1~8월 보험사의 채권 순매수액 중 국채 비중은 51.5%였으나 제도 도입 2년 만에 약 29%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사가 안전자산인 국채 비중을 대폭 늘리면 그만큼 벤처·인프라 등 생산적 금융 투자 여력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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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국채 매입비중을 늘린 것은 금리 인하 기조와 관련이 깊다. 금리가 향후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국채를 미리 확보해 고정된 금리를 통해 금리 하락에 따른 손실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강조해온 '듀레이션 갭' 줄이기 차원에서 장기 국채를 대량 매입한 측면도 있다. 듀레이션 갭은 보험사 자산과 부채의 만기 차이를 의미한다. 보험사가 미래에 지급해야 할 부채(보험금)의 만기와 보험료 등으로 운용하는 자산의 만기가 일치해야 금리 변화로 받는 충격이 작다.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이 대부분 장기이기 때문에 최대한 만기가 긴 자산을 보유해야 듀레이션 갭이 줄어든다.
이런 구조적 요인 탓에 보험사들은 선뜻 생산적 금융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이보다는 올해 도입 예정인 기본자본 킥스(K-ICS)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수천억 원대의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거나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투자보다는 건전성 지표 올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적립하느라 배당을 중단하는 보험사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권의 주식·펀드 투자 위험계수 등을 하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킥스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킥스는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요구자본에 반영되는 위험계수를 낮춰 킥스 부담을 덜게 해주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보험사가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면 49%의 높은 위험계수가 부과된다. 상장주식은 35%, 인프라나 장기주식은 20%다. 그동안 보험사가 국민성장펀드와 같은 정책성 펀드를 통해 중소·벤처기업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했던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현행 자본건전성 규제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단순 위험계수 조정만으로는 보험권의 생산적 금융 동참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규모와 상관없이 동일한 건전성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위험계수가 낮아진다고 해도 중소형사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킥스와 자산·부채관리(ALM) 방어도 급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책펀드와 같은 장기투자물 공급이 확대되더라도 현행 회계기준은 보험사가 새 정부의 투자 프로젝트 참여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며 "킥스와 IFRS17이 현금흐름이 안정적이지 않은 장기투자에는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 추진 중인 기본자본 킥스 규제는 조달 비용이 많고 자본부담이 큰 장기투자를 단기적으로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투자성과지표(KPI) 개선을 비롯해 ALM 및 생산적 금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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