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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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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묻다… 한일수교 60주년 기념 연극 '가을비' 부산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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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H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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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HN 김수안 인턴기자) 한일수교 60년을 기념하여 연극 '가을비'가 찾아온다.

    오는 10월 1일부터 3일까지 부산 어댑터씨어터 2관 무대에 오른다.

    2011년 초연 이후 14년간 꾸준히 재공연되며 한국 현대연극의 중요한 성취로 평가받아 온 '가을비'는 사회적 약자의 삶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문제작이다. 단순한 가족극이나 사회극의 범주를 넘어, 동시대 사회 구조 속에서 외면당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무대 위로 불러내며 한국과 일본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왔다.

    극은 몰락한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 삶의 가장자리로 내몰린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곡가 출신 아버지 원재,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어가며 노인들을 상대로 몸을 팔 수밖에 없는 어머니 승자, 그리고 성매매에 내몰린 15세 딸 선아. 이들은 절망의 끝에서 비극으로 치닫고, 원재는 피에로의 얼굴로 다시 일어나 관객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죽어가는 것과 죽는 것 중 무엇이 더 나을까요?"

    삶과 죽음의 경계, 가족 해체, 사회적 무관심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아낸 이 작품은 외면하고 싶고 잊고 싶은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칼날 위에 선 듯 섬뜩한 긴장감 속에서 관객들은 한순간의 삶조차 죽음의 그림자와 맞닿아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MH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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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출을 맡은 김세일은 "도시의 일상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그 이면에는 누군가의 죽음과 고통이 묻혀 있다"며 "이 작품은 그 소외된 목소리와 넋들의 노래를 무대 위로 불러내는 작업"이라고 작품의 의미를 전했다.

    김세일 연출은 2019년 부산시립극단에서 연출한 '물의 정거장'으로 부산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2022년에는 이 작품이 폴란드 그롭토프스키 연구소 초청 공연으로 이어지며 국제적 호평을 받았다. 이번 무대는 그가 9년 만에 다시 부산에서 대표작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세일의 무대는 관객을 단순한 방관자가 아닌 극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침묵과 여백, 비워짐을 통한 채움의 역설적인 미학, 그리고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인 신체 표현은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독특한 공간을 경험하게 하며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가을비'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예리하게 꿰뚫는 작가 정신과 아시아적 연극 미학의 최고봉을 구현하는 연출이 어우러진 걸작으로, 이번 한일수교 60주년 기념 공연을 통해 양국 문화 교류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연극 '가을비'는 10월 1일부터 3일까지 부산 어댑터씨어터 2관에서 진행된다.

    사진=예술은공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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