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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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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인생 8할을 함께 한 '고도'…이젠 친정집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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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임영웅 해석 그대로… 6년 만에 무대

    소극장 산울림 개관 40주년 기념

    오는 10월 4일까지 소극장 산울림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1987년 조연출로 처음 참여했으니까, 40여 년 연극인생의 8할을 함께 한 셈이죠. 누가 그러더라고요. 친정집 아니냐고. 하하.”

    연출가 심재찬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고(故) 임영웅 연출의 대표 레퍼토리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고도)의 총 연출을 맡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2005년부터 ‘에스트라공’(고고) 역으로, 2013년부터 포조 역으로 합류한 배우 박상종과 정나진도 “임 연출의 1주기 추모작품이라 더 감개무량하다”며 “임 연출께 작품을 바치는 마음으로 무대 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임영웅 연출 1주기이자 소극장 산울림 개관 40주년 기념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배우 정나진, 연출 심재찬, 배우 박상종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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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별세한 고 임영웅표 연극 ‘고도’가 오는 10월 4일까지 서울 마포 소극장 산울림 무대에 오른다. 임 연출의 1주기 기념작이자, 소극장 산울림 개관 40주년을 맞아서다. 임영웅의 ‘고도’가 관객을 찾는 건 2019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 50주년 기념 공연 이후 6년 만이다.

    심 연출은 “고도의 역사를 계속 지켜봐 온 만큼 임영웅표 연극의 연출을 맡는 부담감이 크다”면서도 “배우들의 시선까지 세심하게 지시하는 ‘자로 잰 듯한’ 임 연출의 해석을 충실히 반영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82년 스무 살 때 ‘고도’를 처음 봤는데 지금 돌이켜봐도 놀라운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임 연출은 1969년 12월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처음 국내 무대에 선보인 연극계 거장이다. 작품은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 두 방랑자가 실체가 없는 ‘고도’(Godot)를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내용으로, ‘부조리극은 난해하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당시 공연 개막 전 베케트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점도 연극 흥행에 도움이 됐다. 이후 반세기 동안 1500여 회 공연하며 22만 관객이 봤다.

    고인의 해석을 되살릴 수 있었던 건 연출 노트 덕분이다. 임 연출은 평소 대본에 작품 지시 사항과 분석을 꼼꼼히 메모해놓는 것으로 유명했다. 네 발짝도 아니고 세 발짝 반, 시선은 45도 식으로 배우의 동선과 시선까지 명료하게 규정했다.

    그럼에도 이번 ‘고도’는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임 연출의 버전과 비교할 때 배우들의 대사 템포가 다소 빨라지고 움직임이 커졌다. 심 연출은 “고도라는 작품을 같은 배우들이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니 점점 진화한 덕”이라며 “이 작품은 대사 사이사이 침묵이 중요한데, 고고와 디디가 흐트러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배우들이 캐릭터를 창의적으로 표현한 부분들을 그대로 살렸다”고 언급했다.

    세 사람은 고도를 오마주하거나 패러디한 다양한 작품들이 공연되는 것에 대해 “‘고도’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 다른 것처럼, 많은 형태의 고도가 다양하게 무대에 오르길 바란다”며 “결국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극장을 나서면서 ‘고도’의 특정 대사나 장면이 생각난다면 우리 작품에도 좋은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들은 “평생 추억으로 간직할 작품에 참여 기회를 줘 감사하다”며 고인을 향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심 연출은 “하늘에 계신 임 연출께서 ‘기본이 잘 되어 있다’는 말씀을 해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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