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전제조건 없는 대화' 얘기했지만 무게감 달라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2018.9.25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 |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지연 기자 = 미국이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의사가 있다면서 '비핵화 포기'를 대화의 조건으로 건 북한에 다시 공을 넘겼다.
대화 재개 문턱을 둘러싼 북미의 기싸움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백악관 관계자는 지난 3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거론한대로) 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도 북한과 대화하는 데 열려 있느냐'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어떤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는 것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면 만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후 트럼프 행정부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북한 비핵화'를 미국의 대북 협상 목표로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비핵화를 유의미한 대북정책 목표로 여전히 유지하고는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라는 의제에 동의해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1일 "북한이 비핵화 불가 입장을 절대 고수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 무대로 유인하는 메시지"라며 "비핵화 전제 협상보다는 만남과 대화 재개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도로,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전제조건 없는 대화'가 완전히 새롭게 나온 미국의 입장은 아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때도 미국은 북한에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냈고 접촉도 여러 경로로 시도했다. 북한은 이에 전혀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같은 표현이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는 북한에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 석좌교수는 "바이든 정부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어도 그 문을 드나드는 데 소극적이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상당히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짚었다.
비핵화 의제를 전면에 둘지에 대해서 최근 한국 정부 역시 비교적 유연한 태도로 선회하는 조짐을 보여 왔다.
최근 정부는 비핵화와 관계정상화에 선후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과거 북핵 협상 로드맵에서 북미관계 정상화를 완료하는 것은 흔히 비핵화가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을 때의 반대급부로 여겨졌었다.
비핵화 목표를 명시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한미와, 비핵화 협상은 없으며 핵보유국이라는 전략적 위치를 인정해 달라는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서 만날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일단 백악관의 이번 메시지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긍정적으로 화답한다면 대화 재개 기류에 본격적으로 힘이 실릴 수 있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원곤 교수는 "북한도 한미가 핵보유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기 때문에 (대화로) 나오지 않기는 힘들 것"이라며 "김정은이 다시 한번 공을 보내고 실무회담 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꼭 의제에서 접점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북미 정상의 만남 연출이라는 정치적 효과만으로 김 위원장이 대화에 나올 동기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핵과 안전보장이라는 의제를 떠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깜짝 만남' 자체에 나설 수요도 있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북한 외교의 DNA는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헤징(위험회피)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에 밀착되어 있고 중국과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트럼프를 만나는 것 자체는 김정은 입장에서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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