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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유조선이 러시아 드론 항모?...북해서 시작된 보이지 않는 전쟁[지구촌 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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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해군, 드론 발사 의심 유조선 나포
    마크롱 "체포 선원, 심각한 범죄행위 벌여"
    그림자 함대·케이블 상대 공작 등 긴장 상승


    한국일보

    프랑스 병사들이 1일 프랑스 서부 생나제르항에서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진 베냉 선적의 유조선 '보라카이'호에 올라 수색을 벌이고 있다. 생나제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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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동유럽 하늘이 소란스럽습니다. 지난달 10일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드론)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이 격추한 것을 시작으로 루마니아와 덴마크, 독일 영공에서도 잇달아 드론이 출몰해 일대 공항 운영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유럽 각국이 러시아의 소행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가 덴마크에 드론을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선박을 나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 정체는 서아프리카의 소국 베냉 국적의 유조선이었는데요. 프랑스는 해당 선박이 러시아가 운영하는 비밀 선단 '그림자 함대'와 연관이 있고, 지난달 22일 덴마크 영공에서 벌어진 드론 침입과도 관계됐을 가능성에 주목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인 동원해 '베냉 유조선' 습격한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해군은 1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대서양 해상에서 베냉 선적의 유조선 '보라카이'호를 나포했습니다. 군인 여려 명이 선박에 승선했고 선원 두 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선박 승무원들이 저지른 매우 심각한 범죄 행위가 있다"고 체포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날 정부 측의 명확한 설명은 없었지만 보라카이호는 러시아의 '드론 항공모함'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라카이호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의 프리모르스크를 출발해 인도로 향하고 있었는데요, 이 선박이 덴마크 인근을 항해한 지난달 22일부터 29일 사이 덴마크 코펜하겐(22일)과 올보르(24일)에서 정체불명의 드론으로 영공이 폐쇄됐습니다.

    이 드론들은 군이 대응할 수 없을 만큼 갑작스레 덴마크 영공에 나타났는데요, 전문가들은 드론이 덴마크 인근을 항해하는 선박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덴마크에 나타난 드론이 "고정익 항공기 형태"라며 "대형 선박에 쉽게 탑재 가능한 사출기(캐터펄트)를 통해 발사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한국일보

    지난달 23일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 인근에서 드론이 발견돼 공항이 폐쇄된 이후 경찰 차량이 공항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코펜하겐=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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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비밀부대 '심해연구국' 통해 케이블 감청"


    사실 러시아가 경제 제재를 피해 국적을 속인 '그림자 함대' 유조선으로 석유를 우회 수출하고 있다는 것은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림자 함대가 단순히 무역 수단을 넘어서 러시아의 '회색지대 전술'을 시험하는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12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해저 케이블을 끊었다는 이유로 러시아에서 출항한 유조선 '이글 S'호가 나포, 조사를 받는 일도 있었어요.

    북해에서 러시아의 공작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징후도 여럿 포착됩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6일 러시아가 유럽 각국을 잇는 해저 케이블 지도를 작성하고 정보를 가로채는 등 공작활동을 벌이기 위해 심해연구국(GUGI)이라는 기밀부대를 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GUGI는 잠수함, 소형 잠수정 등 50척의 선박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FT는 이들의 비밀 작전이 "핵심 인프라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자 나토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그림자 함대 운용이나 일련의 드론 침입 사건과는 연관이 없다는 입장입니다.하지만 유럽은 러시아의 소행 가능성을 매우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유럽이 "하이브리드 전쟁"에 직면했다며 "유럽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를 위협할 국가는 단 한 곳, 러시아뿐"이라고 공개적인 압박에 나섰습니다. EU 정상들은 1일 덴마크에 모여 러시아의 드론을 막기 위한 '드론 월'에 대한 논의도 시작했는데요, 북해에서 러시아를 막기 위한 조용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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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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