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지, 전면전 없는 저비용 전략 되풀이 주목
"나토 분열·우크라 지원국 부담가중·자유민주주의 흔들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폴란드 상공에 출몰한 드론, 드론과 사이버 공격에 마비된 공항, 에스토니아 영공을 가로지르는 미그(MiG) 전투기, 선거를 교란하는 선전용 봇(bot)….
어느 하나만으로는 전쟁 명분이 되지 않지만, 모두 합쳐져서 새로운 위협을 만들어내며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이 같은 드론 침투, 사이버 공격, 선거 개입 등 이른바 '회색지대'(grey zone) 전술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시험하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공식적인 전쟁에 이르지 않으면서도 비용이 적게 들고, 부인 가능하며, 정교하게 계산된 방식으로 유럽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정면 승부로 나토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푸틴 대통령의 세 가지 목표는 ▲ 나토 단결 깨뜨리기 ▲ 우크라이나 지원 국가에 대한 부담 압박 ▲ 서방 자유민주주의 분열 정도로 추릴 수 있다.
우선 푸틴 대통령의 목표는 유럽인들이 서로 불신하게 만들고 나토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에스토니아 영공 침범에 가담한 러시아 미그(MiG)-31 전투기를 스웨덴군이 발트해 상공에서 포착해 공개한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푸틴 대통령은 나토가 러시아 분열에 전념한다고 종종 말했으며, 따라서 나토 자체를 내부에서부터 파괴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폴란드 영공에 드론이 침입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실수였을 수도 있다"고 반응했다. 나토 차원의 연대가 필요하던 순간 나온 발언이었다.
이처럼 영공 침범이나 사보타주가 일상적인 사건으로 치부되면, 억지력은 논쟁거리가 되고 일단 논쟁이 시작되면 억지력은 약해진다.
이코노미스트는 두 번째 목표는 우크라이나와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이 여름 공세에서 실패했기에, 이제 우크라이나 군을 지원하는 유럽 국가들의 부담을 높이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드론, GPS 교란, 사보타주, 사이버 공격 등 회색지대 공격 대상은 주로 폴란드, 에스토니아, 덴마크, 독일 등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우방국이었다. 몰도바와 루마니아는 선거 개입을 겪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서방국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푸틴 대통령이 항상 뜻을 이루지는 못해도 전하려는 바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대신 러시아의 비위를 맞추거나 자국 방어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정권의 세 번째 목표로 자유민주주의 흔들기를 들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부와 회복력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실패와 억압이 더 선명히 드러나는 까닭에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서방 내부에 불화와 혼란을 퍼뜨리는 게 더 강인해 보이는 데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러시아의 전략에 나토와 유럽연합(EU)이 대응하는 방안으로 이코노미스트는 ▲ 모든 도발 폭로 ▲ 사이버·군사 회복력 강화 ▲ 러시아에 명확한 대가 부과를 꼽았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도발을 증거와 함께 신속하게 공개해 러시아가 부인할 여지를 없애고, 회색지대 방어를 위해 인프라 및 사이버 대응팀, 발트해 순찰 강화, 값싼 드론 요격 수단 등으로 회복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국경을 넘는 드론은 공급 업체와 유령 회사들에 대한 제재로 이어져야 하며, 사이버 공격은 사이버 역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폴란드 초스누프카 지역에 추락한 정체불명의 드론.[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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