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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첫 여성 총리 유력 다카이치…유리천장 뚫은 비세습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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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선 투표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누르고 당선

    이달 중순 임시 국회서 정칙 총리 지명 후 첫 여성 총리 등극

    日 중의원, 여성 의원 15% 불과

    평범한 맞벌이 가정 출신…'나라의 여자'로 소개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4일 치러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결선 투표 끝에 승리를 거두며 사상 최초의 여성 일본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나에 신임 총재는 세습 남성이 많은 일본 정계에서 ‘유리천장’을 깨며 보수 성향 여성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져온 여성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이데일리

    일본 총리 후보인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지도부 선거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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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도쿄 당 본부에서 개최한 제29대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185표를 얻어 156표를 얻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누르고 당선됐다.

    앞서 진행한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183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164표를 각각 얻어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후보 5명 중 과반(295표) 득표자가 없어 상위 2명이 결선을 치른 끝에 사나에 후보가 당선됐다.

    이달 중순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정식 총리 지명을 받으면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일본의 첫 여성 총리가 된다. 1885년 이토 히로부미 일본 초대 총리 이후 140년만이다.

    일본 중의원(하원)은 여성 의원 비율이 15%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1990년대 초반 처음 중의원에 입성해 총 10회 당선됐다.

    특히 그는 자민당 유력 인사 중 드문 비세습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아베 신조, 아소 다로, 기시다 후미오 등 전직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는 모두 세습 의원이다. 이번 선거 주요 경쟁자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유명 정치인의 아들이다.

    이들은 지역 기반과 자금, 지명도를 물려받았지만 다카이치 총재는 평범한 맞벌이 가정 출신이다.

    그는 1961년 3월 혼슈 서부 오사카 인근 나라현에서 출생했고 국립대인 고베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학창 시절에는 드럼을 연주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정치인 양성기관인 ‘마쓰시타 정경숙’에 들어갔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 자민당 오노데라 이쓰노리 정무조사회장 등이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TV 프로그램 진행자를 거쳐 1993년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며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아베 전 총리와 ‘국회 입성’ 동기다.

    1996년 자민당에 입당한 뒤에는 중의원 선거에서 한 차례 낙선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라현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이번 선거 소견 발표 연설회에서는 자신을 ‘나라의 여자’라고 소개했다.

    아베 전 총리가 처음 집권했던 2006년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으로 입각했고, 아베 전 총리가 2012년 재집권하자 자민당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을 맡았다. 이어 총무상, 경제안보담당상 등을 지냈다.

    그는 본래 아베 전 총리와 함께 당내 파벌 세이와정책연구회 소속이었으나 이후 파벌에서 나와 ‘무파벌’ 의원으로 활동했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서는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에 이어 경제안보상을 맡았다.

    다카이치 총재는 초선 의원 시절이던 1995년 3월 중의원 외무위 질의를 통해 일본의 전쟁 책임을 부정하면서 일찌감치 일본 우익 세력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아베·기시다 정권에서 각료로 재임하면서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는 극우 행보를 보였다. 이 때문에 과거 총리 시절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바 있는 우익 성향 아베 전 총리에 빗대어 ‘여자 아베’로 평가받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그를 ‘보수파의 스타’로 칭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야스쿠니신사는 매우 소중하게 생각해 온 장소로 국책(國策·국가 정책)에 따라 숨진 이들에게 계속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참배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강경한 자세는 한국, 중국과 외교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당내 일부 의원들의 우려를 야기했다. 그는 작년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반(反) 다카이치 세력 결집 등의 영향으로 이시바 총리에게 석패했다. 이시바 내각에서 그는 각료와 당 주요 보직을 맡지 않고 재야에 머무르며 강연 활동을 하고 공부 모임에 참석해 왔다.

    다카이치 총재는 ‘삼수’에 나선 이번 선거에서는 자신을 ‘온건 보수’라고 주장하면서 강경 보수 색채를 희석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서는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다소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시마네현의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에 참여하는 정부 대표를 차관급에서 장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개헌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재정 정책에 찬성하는 등 아베 전 총리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자세를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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