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패권 경쟁↑… 신시장 물색
"법제화 서둘러서 호혜적 논의 이끌어야"
대표적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의 히스 타버트 사장이 8월 서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강남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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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3위 규모로 평가받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차기 스테이블코인 전쟁 격전지로 부상하면서다.
가장 최근 한국을 찾은 인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에서 첫 가상자산위원회 사무국장을 연임한 보 하인스 테더 USAT 최고경영자(CEO)다. 지난달 23일 그가 연설에 나선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에는 화상 연결로, 트럼프 미 대통령 장·차남까지 등장했다. 트럼프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을 이끄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한국 가상자산 분야의 잠재력은 굉장하다"며 "진정한 금융 민주화 기회는 가상자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동생 에릭 트럼프도 축사를 맡아 "한국은 암호화폐 분야에서 아시아 전체를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시장에 눈도장을 찍고 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관계자들은 또 있다.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의 히스 타버트 총괄사장, USDT 발행사 테더홀딩스 임원진 등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 수장 등과 접촉했다.
매력적인 한국 시장… 성인 30%가 코인 거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왼쪽)가 지난달 2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에 스타링크 화상 연결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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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을 앞세운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상품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2022년 1,250억 달러에서 올해 5월 2,550억 달러로 확대됐다. 스테이블코인 종류도 170여 개에 달한다. 현재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의 99%를 차지하지만 일본, 홍콩, 유럽연합(EU) 등 외환 거래 편의성 등을 이유로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을 검토하는 국가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의 중심인 미국 시장에서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자 글로벌 코인 발행사들은 새로운 시장 모색에 나섰다. USDT와 USDC가 전체 거래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각 발행사들은 점유율 확대를 위한 신규 시장 물색이 절실한 실정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도입 초기 시장 선점 효과가 큰 산업이기 때문이다.
코인 '큰손'들은 한국의 시장성 높은 가상자산 환경에 주목했다.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등록 계정은 2,444만 개로 지난해 말 대비 6% 늘었다. 거래 가능 개인·법인 이용자 수도 지난해 말보다 107만 명 증가한 1,077만 명으로 집계됐다. 성인 인구 30% 이상이 가상자산 거래에 참여하는 셈이다. 세계 3위 규모로 추정된다. 연간 거래 규모는 2,500조 원에 달하며,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 거래에선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은 모바일·디지털 결제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 법제화가 완료되면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행보가 '얼굴도장 찍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생산적 논의가 아닌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타버트 사장은 방한 당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선 협력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사 코인 점유율 확대가 목적일 뿐, 생산적 협력에 비용을 쓸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블록체인연구소장인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레버리지 삼아 호혜적 논의를 이끌어야 하지만 현재는 한국이 내세울 게 없는 상황"이라며 "디지털자산 기본법 도입을 서둘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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