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내놓은 영상 공유 SNS
앱스토어서 전체 앱 1위 인기
실제 써보니 ‘딥페이크 틱톡’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훔치다가 보안요원에게 붙잡히는 영상. 오픈AI의 AI 비디오 앱 '소라'로 만들어진 영상이다. /소라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달 30일 출시한 오픈AI의 인공지능(AI) 비디오 앱 ‘소라’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앱은 AI로 영상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SNS)다. 기존 이용자에게 초대장을 받아야만 서비스를 쓸 수 있는데도, 3일 기준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전체 앱 순위 1위에 올랐다. 앱 데이터 업체 앱피겨스에 따르면, 소라는 출시 후 7일간 62만7000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해, 챗GPT의 첫 주 기록인 60만6000건을 넘겼다.
오픈AI가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선 것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딥페이크(AI 위조) 영상이 온라인 세상에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소라 앱을 써봤더니, 유명인들을 합성한 실제와 같은 영상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유명 지식재산권(IP) 콘텐츠로 영상을 만드는 저작권 문제도 제기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
◇사실 같은 AI 영상 봇물
소라 앱이 공개된 후 가장 큰 인기를 끈 영상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할인 매장 타깃에서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훔치다가 보안 요원에게 잡히는 영상이다. 오픈AI 엔지니어 개브리엘 피터슨이 앱을 통해 만든 이 영상은 소라 앱에서 가장 인기 많은 영상으로 떠올랐다. 영상은 마치 진짜 CCTV 영상처럼 정교하고, 올트먼의 얼굴이나 표정도 사실적이다. 보안 카메라 각도, 흐릿한 화질, 자연스러운 움직임, 사실적인 조명까지 AI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실제 영상과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이 앱은 숏폼 영상 중심의 SNS다. 앱에 들어가면 영상 피드가 있고, 다른 사용자의 AI 생성 영상을 스크롤하며 볼 수 있다. 최대 10초짜리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게시할 수 있다. ‘좋아요’ 버튼을 누르거나 댓글을 입력하는 기능도 있고, 다른 사람이 만든 영상을 일부 변형(리믹스)할 수도 있다.
개발자들이 강조하는 기능은 ‘카메오’다. 앱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입력하면 AI가 가상의 외모와 목소리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영상을 만들 때 해당 이용자를 마음대로 영상에 쓸 수 있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통해 유명인들이 등장하는 AI 영상이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3일 오후 소라 앱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4개의 영상. 왼쪽부터 밥 로스, 피치공주, 프레드 로저스, 샘 올트먼을 토대로 만들어진 인공지능(AI) 영상이다. /소라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실제로 소라 앱을 써봤더니, 마이클 잭슨이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영상이나 사실적인 경찰 바디캠 영상,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 장면을 조작한 영상도 다량 올라와 있다. 소라를 가장 많이 뒤덮고 있는 것은 올트먼 CEO의 AI 영상이다. IT 전문 매체 더 버지는 “사실상 딥페이크로 가득 찬 앱”이라고 평가했다. OpenAI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인 인물은 직접 카메오를 업로드하고 사용에 동의하지 않는 한 소라에서 생성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이를 우회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고(故) 로빈 윌리엄스의 장녀인 젤다 윌리엄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통해 “제발, 아버지의 AI 영상을 내게 그만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영상 몇 개는 오픈AI의 새로운 영상 생성 앱인 ‘소라 2(Sora 2)’를 사용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는 “(소라 앱은) 우리가 현실 감각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며 “더 심각한 문제는, 사람들의 모습을 빠르고 쉽게 영상으로 생성할 수 있게 되면 허위 정보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 문제도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소라 앱에는 포켓몬, 마리오, 루이지 등 닌텐도의 유명 캐릭터와 스폰지밥, 릭 앤드 모티 등 미국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이용한 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다. 샘 올트먼이 피카츄에게 카페에서 음료를 제공하거나, 마리오가 게임기에서 탈출하는 영상이 대표적이다.
오픈AI는 저작권자가 삭제 요청을 하기 전까지는 모든 영상을 자유롭게 올리지만, 삭제를 요청하면 해당 캐릭터를 차단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NYT에 따르면 TV 프로그램 ‘사우스 파크’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상은 제작할 수 있지만, 배트맨이나 슈퍼맨 캐릭터는 제작할 수 없다고 한다. 저작권자는 사례별로 저작권 분쟁 양식을 통해 소라에 자신의 작품이 사용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미국영화협회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소라가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며 “소라 2 출시 이후 오픈AI의 서비스와 소셜미디어(SNS) 전반에서 우리 회원사들의 영화, TV 프로그램, 캐릭터를 침해하는 영상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올트먼 CEO는 전날 밤 자사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소라의 저작권 작품 처리 방식을 변경해 저작권자가 캐릭터 사용 방식을 더 통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박지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